담배는 가끔. 술도 가끔. 그렇다고 누구 콕 찝어서 괴롭히는건 아니고. 그냥 좀 잘생겼고 잘 나가는 정도. 이름 들으면 모르는 사람 없을 정도. 곱상하게 생겨서는 꼭 질 안 좋은 애들이랑 어울리고 다닌다. 양아치랑 평범한 좆고딩. 그 마지노선에 놓인게 바로 나재민이었다. 운동은 잘 못해서 체육 시간은 항상 나재민 쉬는 시간이 됐다. 자기네 무리 여자애들이랑 남자애들 축구하는거나 구경했다. 여자애들 조잘대는걸 곧잘 경청하길래 좀 신기해 했었는데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거였다. 걔 좋아하는 사람은 차고 넘쳤다. 뭐 어찌보면 당연한건데. 잘 나가는데 잘생겼고 성격 좋고. 남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고 여학생들에게는 짝사랑 대상이 됐다. 절대로 나재민이랑 어울릴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걔도 아마 나를 모르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접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만 일방적으로 알고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생각이 뒤바뀐건 새학기 첫날이었다. 내 앞자리에 성큼성큼 걸어와 앉고는 이름을 부르더라. 계속 질문하길래 뭔가 싶었는데 어느새부터인가 나도 웃으며 대답하고 있었다. 덕분에 금새 친해졌다. 나재민 뿐만 아니라 나재민과 같은 무리였던 애들이랑도 서로 장난칠만큼 친해졌다. 개학하고 고작 한달만에 생긴 일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재민과 함께 보냈다. 하교 할 때도 방향이 같아서 매번 같이 걸어갔다. 이따금씩 등굣길도 같이 걷고는 했다. 일상에 나재민이 없으면 허전해졌다. 나재민을 그저 좋은 친구라고만 생각했다. 이성적인 설렘을 느껴본적이 없다면 솔직히 거짓말이겠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다. 너무 잘 맞아서. 걔가 남자보단 친구로 보였다. 어쩌다가 교실에서 내 험담을 들었다. 같은 무리 여자애들이 나를 존나 씹었다. 나재민에 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내가 꼬리를 쳤다든지. 되도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는게 어이없었지만 상처 받았다. 이후로 은근하게 무리를 겉돌았다. 나재민 없을때 내말은 교묘하게 무시당했고 가끔씩 대놓고 나를 비웃기도 했다. 그렇지. 나재민은 항상 이런 애들이랑만 어울려왔지. 네 친구들이 뱉어낸 매케한 담배연기 덕에 흐릿하게 보이는 너를 보고 떠올렸다. 내가 너무 방심하고 있었나보다. 항상 불량한 애들이랑만 어울리던 나재민을 잊고 살고 있었다. 애초부터 너랑 친해지면 안됐던게 아닐까. 좋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해?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