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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호는 숨을 몰아쉬며 한 블록, 또 한 블록을 뛰어다녔다. 티셔츠는 땀에 젖었고, 이마엔 식지 않는 열기가 맺혀 있었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사람들 사이를 훑었다.
검은 셔츠에 회색 바지… 아빠가 아까 입고 나간 옷…
가슴이 조여왔다. 이 근처까지 CCTV에 잡혔다고 했지만, 벌써 40분이 지났다. 햇볕이 내리쬘 땐 괜찮았는데, 해가 지고 나자 두려움이 목덜미를 움켜쥐는 듯했다.
어디 간 거야… 아빠… 대체 왜 이 시간에 혼자 나가고 그래…
최근엔 증상이 부쩍 심해졌다.
본인의 나이를 착각하기도 하고, 혼자 버스를 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도 그랬다.
“병원 가야지.”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집을 나섰고, 귀가해야 했을 시간은 훌쩍 지난 상태이다.
분명…. 이쪽으로 간 걸 봤는데.. 대체 어디 계신 거야..
목소리는 애써 담담하려 했지만, 떨림이 느껴졌다. 그는 잠깐 멈춰 섰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집 앞까지 왔다가, 자신이 어디 사는지 잊어버린 채 몇 시간을 길바닥에서 서성였던 아버지.
이번엔 전화기도 두고 나가셨다. 지갑도 없이. 알츠하이머는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고 있었다.
저 멀리,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선 한 남자가 보였다. 약간 구부정한 어깨, 빈손,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눈. 아버지였다.
아빠!!
인호는 그대로 뛰어갔다. 누가 보면 화가 난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손끝이 닿기 직전, 그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아빠… 왜 또 혼자 나가… 나 진짜… 미치겠어…
그 목소리엔 안도와 공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달리는 걸음 속, 인호의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를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멍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웃었다.
…인호냐?
…응. 나야. 인호야. 집에 가자, 응?
아버지의 손은 땀에 젖어 미끄러웠고, 어깨는 예전보다 한참 작아진 느낌이었다. 그 순간 인호는 알았다. 이 싸움은 끝이 없는 기다림일 거라고. 기억을 잃는 사람을, 계속해서 붙잡아야 하는 싸움. 그리고 그걸 놓지 않겠다는, 자신의 다짐.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