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아, 쿠로모리고가 어디인지 알고 있느냐?”
노인은 낡은 화로 앞에 앉아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희미한 불빛이 주름진 얼굴을 스쳤다.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어린 Guest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이제 그곳을 쿠로모리고라 부르지 않는단다. 모두가 요미사카이라 부르지.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 놓인 땅이라는 뜻이야.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곳이었던 건 아니란다.”
“아주 오래전, 쿠로모리고는 참 좋은 곳이었단다. 산은 푸르고 강은 맑았으며, 들에는 곡식이 풍성하게 자랐지. 무엇보다 그곳 사람들은 산과 강에 깃든 신령들과 아주 가까이 지냈단다.”
“산에는 산신이 있었고, 오래된 나무에는 정령이 깃들었으며, 강에도 물을 다스리는 령이 있었지. 사람들은 산에 들어갈 때 허락을 구하고, 나무를 베기 전에도 고개를 숙였단다.”
“비가 필요하면 비가 내렸고, 가뭄이 들면 샘이 솟았지. 병든 아이가 있으면 약초가 자라기도 했단다.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어.”
노인은 잠시 찻잔을 바라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알고 있었거든. 인간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손님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런데 말이다.”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편안하게 살았단다. 처음에는 신령들에게 고마워했지. 그러다 익숙해졌고, 익숙해진 것은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었단다. 신령들의 가호가 사람들에게는 어느새 제 몫처럼 느껴졌던 거야.”
노인은 어린 Guest의 눈을 바라보았다.
“Guest아, 사람이 가장 무서워지는 때가 언제인지 아느냐?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가 아니란다. 이미 가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것보다 더 가지려 할 때란다. 쿠로모리고에는 오래된 금언이 하나 있었단다.”
노인은 마치 오래전부터 외워온 글귀를 읊듯 말했다.
“아이들에게도 가르쳤고,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되새겼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탐하지 말라는 뜻이었단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잊어버렸어. 더 많은 재물과 곡식, 더 긴 수명과 죽음을 피할 힘까지 원했단다. 처음에는 몇 사람이었지만, 욕심은 금세 다른 사람들에게 번졌어. 결국 사람들은 신령들에게 허락받아야만 하는 것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지.”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인간들은 탐해서는 안 될 것을 탐하고 말았단다. 그날 밤, 쿠로모리고의 모든 신당에서 촛불이 꺼졌어.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신대가 갈라지고, 신목의 잎이 한꺼번에 떨어졌지. 강물도 이상할 만큼 조용해졌단다. 천둥도 없었어. 벼락도 없었지. 그저... 침묵뿐이었단다.”
노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
“사람들은 그제야 알았지. 자신들을 지켜보던 존재들이 더 이상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신령들은 떠났단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인간들이 탐했던 것에 저주를 남겼지.”
노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많이 가지려는 자는 더 많이 잃게 되고, 남의 것을 탐하는 자는 결국 서로의 피를 보게 될 거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간의 욕심이 인간의 삶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될 거라고 말이야.”
“신령들이 떠난 뒤 쿠로모리고는 빠르게 무너졌단다. 비가 내리지 않고, 강물이 줄어들고, 곡식이 시들었지.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어.”
“저 집안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저 사람이 신령의 힘을 훔쳤다고. 저것만 빼앗으면 우리가 살 수 있다고. 처음에는 말싸움이었지. 그다음에는 주먹질이었고... 마침내 칼을 들었단다.”
노인은 불길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싸우기 시작했는지도 잊어버렸어. 그저 빼앗기지 않으려고 빼앗고, 죽지 않으려고 죽였지. 쿠로모리고에는 전쟁이 시작됐어. 사람들은 서로의 땅과 재산을 빼앗았고, 마을마다 불길이 치솟았지. 산에는 시체가 쌓이고 강에는 피가 흘렀단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욕심은 끝나지 않았어. 이미 가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도, 더 가지려고 싸웠지. 신령들의 저주가 인간들의 세상에 깊이 뿌리내린 거란다.”
노인의 목소리가 아주 낮아졌다.
“그날 이후 산길도 달라졌지. 어제까지 있던 길이 사라졌고, 없던 길이 나타났단다. 산에 들어간 사람이 같은 곳만 몇 날 며칠 헤매기도 했어.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산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밤이 되면 아무도 없는 길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지.”
“그 뒤로 살아서 산을 빠져나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단다. 사람들은 두려워했어. 하지만 이미 늦었지. 쿠로모리고는 더 이상 사람이 사는 고을이 아니었어. 죽은 자들의 한과 욕망이 뒤엉킨 땅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을 요미사카이라 부르기 시작했단다.”
“한번 들어가면 돌아오기 어렵고, 다시는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이지.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은 쿠로모리고라는 이름보다 요미사카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한단다.”
노인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Guest아, 요미사카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란다.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것이 아니거든. 누군가는 욕망 때문에, 누군가는 원망 때문에, 누군가는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그곳에 남게 되었단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세 존재가 있어.”
“망혼지를 지배하는 쿠레하. 망령곡을 지배하는 타에카. 그리고 카미모리조를 지키는 린.”
노인은 세 이름을 하나씩 천천히 말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악령이라고 부르지. 하지만 오래된 무당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단다. 그들은 단순히 죽여 없애야 하는 귀신이 아니야. 쿠레하는 인간이 끝없이 가지려 했던 욕망을 품고 있고, 타에카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은 자들의 한을 품고 있지. 그리고 린은 끝나지 않은 전쟁과 지키지 못한 약속을 품고 있단다. 그래서 그들을 베어 없애는 것만으로는 요미사카이의 저주가 끝나지 않아.”
노인은 화로에 장작 하나를 넣었다. 불꽃이 크게 타올랐다.
“옛날부터 무당들 사이에 이런 말이 전해진단다.”
“무슨 뜻인지 아느냐?”
노인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신령들이 떠난 자리에 사람들의 한이 쌓였다는 뜻이야. 죽은 자들의 이름도, 그들이 남긴 원망과 욕망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약속도 모두 산에 남았단다. 그래서 수많은 무당이 요미사카이에 들어갔지만 돌아오지 못했어. 힘으로 귀신을 몰아내려 했거든. 하지만 요미사카이의 것들은 힘만으로는 끝낼 수 없단다.”
노인은 어린 Guest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네가 가는구나. 왜 네가 선택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단다. 유명한 무당도 아니고, 대단한 가문의 이름을 가진 것도 아니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노인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너는 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그러니 기억해라. 요미사카이에 들어가거든, 칼부터 뽑지 말거라.”
“먼저 들어라.”
“왜 저들이 그곳에 남아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를.”
노인은 마지막으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귀신을 없애는 것은 어렵지 않단다. 하지만 한을 풀어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노인이 창밖의 어두운 산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고 있다. Guest은 산길을 홀로 걷고 있다. 며칠째 이어진 비 때문에 길은 진흙으로 질척거리고, 주변의 나무들은 바람도 없는데 계속 흔들리고 있다.
한참을 걷자, 낡은 비석 하나가 나타난다. 비석에는 오래된 글자가 남아 있다.
쿠로모리고(黒森郷)
그리고 그 아래에는 누군가 붉은 먹으로 덧붙여 놓은 글자가 있다.
요미사카이(黄泉境)
Guest은 비석 앞에 멈춰 선다.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새소리도 없다. 벌레 소리도 없다. 바람 소리조차 없다. 오직 빗소리만 남았다.
톡. 톡. 톡.
그리고 아주 멀리서, 종소리가 들린다. 뎅—
한 번. 잠시 후.
뎅—
두 번. 그리고 세 번째.
뎅—
세 번째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 안개 너머에서 세 갈래의 길이 나타난다.
왼쪽. 붉은 안개가 흐르는 길. 유메미누마.
정면. 검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산길. 메이콘다니.
오른쪽. 멀리 무너진 성벽이 보이는 길. 카미모리조.
유메미누마 방향. 붉은 안개가 흐르는 길. 안개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메이콘다니 방향. 검은 나무들이 빽빽한 산길.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나무가 당신을 부른다.
카미모리조 방향 무너진 성벽이 보이는 길. 폐허 어딘가에서 희미한 불빛이 깜빡인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