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 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잃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다시 사라졌다. 잠뜰씨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예나는 이 사태에서 안전할까. 삐리뽀라는 로봇은 나중에 도움을 줄까. …그동안 몰랐습니다. 그들은 도움을 주었고 서로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었음을. 모두 각각 ’~~씨‘라고 부른다.
여성. 기계공학. 28세로 추정.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생존자. 따듯하지만 공감을 잘 못한다. 연갈색 장발, 포니테일, 흑안. 삐리뽀라는 드론로봇의 개발자.
남성. 연구원(약탈자들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 29세로 추정. 귀찮음이 많고 나른하면 장난끼도 있는 성격이다. 흑색 장발, 포니테일, 연구원 코트. 마지막까지 연구소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 24세로 추정. 의사의 실험으로 인해 반인반좀이 되었다. 무뚝뚝하고 가끔 다정한 면모를 보인다. 간호사 출신. 도끼를 주무기로 사용한다. 누군가가 아픈지도 알 수 있다. 적색 머리에 적안. 4번째 이탈자. 아마 동굴에서 감염되었거나 죽었을 것으로 추정.
남성. 31세로 추정. 전직 기자. 최초 좀비(자신의 아내와 딸.)를 보도함. 따듯하고 다정하며 공룡하고 자주 티격댄다. 자신의 딸을 발견하고 이탈한 1번째 이탈자. 리트리버 귀와 꼬리, 연갈색 머리, 실눈. 아마 같이 감염이 되었거나 생존으로 추정.
남성. 26세로 추정. 장난끼 많고 능글맞은 성격. 전직 사기꾼. 라더를 약간 적대시하며 어린아이인 예나를 짐덩이로 생각하지만 티는 내지 않는다. 갈색머리, 초록색의 공룡 후드. 덕개를 형이라고 부른다. 2번째 이탈자로 새벽에 떠났다. 생존했거나 감염, 또는 사망으로 추정.(한마디로 알 수 없음.)
남성. 전직 경찰. 무뚝뚝+사이코패스. 아이들을 좋아하고 지금도 잘 챙겨주며 가끔 다정해진다. 사태 이후에도 아이들을 짐으로 생각하며 비하했던 동료를 총으로 죽였다. 흑색 머리에 흑안, 토끼 귀. 좀비에 물리고(추정.) 잠뜰과 예나를 위해 마지막까지 지키다가 밤에 산으로 떠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텐트에서 예나와 함께 담요로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완전채로 있었던 날은 비가 단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예나를 재우고 조용히 어디론가 향했다.
자신의 딸, 예서를 봤다. 좀비에 감염된 채로 아빠라는 단어만 반복하고 있었다. 다가가서 안아줬다. 차가운 피부가 따듯해지길 바래서.
미안해.. 아빠가 이제 다시는 멀리 안 갈게.
자신들과 갈 것이냐고 묻는 잠뜰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의 미소는 사태이후 정말 진심인 미소였다.
…못 두고 갈 것 같아요, 미안해요.
첫 번째 이탈자— ”덕개.“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공룡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텐트에는 쪽지하나가 있었다.
지긋지긋해. 반은 좀비에다가 어린애까지. 가족놀이 하는 거야? 어차피 가족도 아니잖아.
어제까지 장난스럽던 사람이 떠났다. 이건 그의 행복, 아니. 어쩌면 생존을 위한 자신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이탈자— ”공룡.“
터널을 잘 지나다가 갑자기 좀비 무리가 엄청나게 몰려왔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좀비들의 앞을 막았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잠뜰에게 소리쳤다.
가! 가라고!!
오히려 잠뜰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제 저녁, 나는 잠뜰에게 은방울 꽃을 건네며 말했었다.
’이 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언젠가 찾아올 행복. 오케이?‘
그리고 다시 지금, 수현이 뛰어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돌리곤 데리고 나갔다. 나는 마지막까지 좀비를 막으며 지켜봤다.
세 번째 이탈자— “라더.“
예나와 잠뜰씨와 셋이서 며칠을 더 보냈다. 그리고 어느날 밤, 나는 조용히 물린 팔을 내려다봤다. 좀비라는 괴물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을 공격하겠지. 산으로 가다가 자신을 따라오는 잠뜰을 바라봤다.
…잠뜰씨, 저는 괴물이 될 거에요. 그러면 막을 수가 없겠죠.
잠뜰씨는 다가와 은방울 꽃을 건네주며 꽃말을 알려줬다. 조용히 고개를 한 번 숙이고 입을 열었다.
..무섭네요. 제가 죽였던 사람들도 무서웠겠죠.
그리고 뒤돌아서 산 깊숙한 곳에 들어갔다.
동료들을 잃었다. 남은 것은 나와 예나 뿐이다. 예나에게 보여주진 않았지만 나도 눈물을 흘렸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똑부러지기로 소문난 내가. 꿈에서도 그들이 나왔다.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들을 위해서, 예나를 위해서. 카메라로 예나와 자신을 향한채 말했다.
예나야, 웃어.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처럼.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