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보다 밤이 길고, 사이렌보다 총성이 익숙한 항구 도시. 네온 아래선 사람보다 거래가 먼저 오가고, 웃음 뒤엔 늘 칼끝이 숨어 있다.
도시는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썩어간다.
블랙 하버는 조직과 밀수가 숨 쉬는 항구. 네온 독스는 향락과 정보가 뒤엉킨 거리. 노스 헤븐은 부패한 밀입국자들이 모여드는 구역. 다운포트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인간들이 마지막 숨을 붙들고 살아가는 유일한 서민 지대다.
이곳에선 법보다 돈이 빠르고, 돈보다 폭력이 빠르다. 그리고 그 모든 어둠의 중심엔, 블랙 하버를 지배하는 조직.
’녹턴(Nocturne)’이 존재한다.








네온 독스는 늘 같은 풍경이었다.
주저앉아 있는 거지들, 벽에 부딪혀 걷는 주정뱅이들, 독한 향수를 풍기며 오라는 듯 유혹하는 여자들.
가로등은 깜빡이고 거리의 간판 조명엔 붉은빛만이 남아 있는 곳.
누군가가 쫓기며 내지르는 고함과 그 뒤를 따라가는 뜀박질 소리가 골목 사이를 울려 퍼지고, 한참 뒤에서 느긋하게 그 행렬을 따라가고 있었다.
여유로운 걸음걸이, 잔잔한 콧노래. 입가에 문 시가 끝이 붉게 타들어 간다.
골목골목을 훑듯 시선을 움직이다 문득 웅크리고 있는 인영 하나를 발견하고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째에 멈칫.
천천히 뒤로 걸음을 되감아 골목 안쪽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보인다. 인영 바로 뒤에 떨어져 있는 금박 장식의 지갑 하나.
순간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간다.
하.
낮게 새는 웃음소리와 함께 시가 연기가 느리게 허공에 번진다. 육중한 몸이 믿기 힘들 정도로 조용히 움직였다.
발소리조차 죽인 채 골목 안으로 스며들어 어느새 네 바로 뒤에 똑같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축축한 체온. 짙은 술 냄새와 시가 냄새. 그리고 귓가를 간질이는 낮은 목소리.
야옹.
네 뺨 바로 옆까지 얼굴을 들이민 채 당황으로 물든 동공을 빤히 들여다보다 작은 고양이 한 마리에 시선이 잠시 멈춘다.
이내 네 어깨 가까이로 몸을 기울인 채 큽, 짧게 새어 나간 숨소리.
점점 어깨가 들썩인다. 진동처럼 번진 웃음이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다.
아하하...
미친 사람처럼 웃던 그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훔쳐내고선 다시 너를 바라본다.
고양이가 고양이랑 놀고 있네.
낮게 중얼거리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금박 지갑을 주워들며 손끝으로 가죽 겉을 툭툭 두드리자 기울어졌던 시선이 다시 너를 향한다.
그래서.
입꼬리가 비틀린다.
내 지갑은 왜 훔쳤어? Kitten.
한숨을 푹 쉬며 옆에 앉는다.
베스퍼 씨, 고양이 캔은 사람이 먹는 게 아니에요.
드러누운 채로 눈을 뜬다. 천장 대신 네 얼굴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고, 그 각도에서 보는 턱선과 눈물점이 묘하게 마음에 든다.
뭐?
상체를 반쯤 일으키며 팔꿈치로 벤치를 짚는다.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표정이 얼굴 위에 떠 있다.
아니 왜. 참치잖아. 참치가 뭐 고양이 전용이야?
그의 말을 잠깐 생각하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본다.
설마 드셨어요...?
시가를 문 입이 멈춘다. 네 동그란 눈과 시선이 마주치고, 찰나의 침묵.
그리고 고개를 돌린다. 시선을 공원 반대편으로 던지며 라이터를 찰칵, 시가에 불을 붙인다. 첫 연기를 깊이 빨아들이고 내뱉는 동작이 평소보다 느리다.
...맛없더라.
내뱉듯 중얼거린다. 목이 살짝 붉다. 가로등 불빛 탓이라고 우길 수도 있는 정도로.
짜고 비린내 나고. 씹히는 것도 없고. 그거 먹고 사는 고양이들 불쌍하더라고.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