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걸, 꽤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남들은 아무것도 없는 곳을 보며 웃고 떠들 때, 나는 가끔 그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선을 느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이유 없이 몸이 식고, 숨이 막히는 순간들. 처음엔 그냥 예민한 줄 알았다. 아프기도 자주 아팠고, 밤마다 이유 없이 깨는 것도 흔했으니까. 다들 “몸이 약해서 그렇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고, 그게 제일 편하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기억이 끊기기 시작한 게. 분명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낯선 곳에 있거나, 내 물건이 내가 하지 않은 방식으로 망가져 있거나. 손목에 긁힌 자국이 남아 있거나. 거울을 보는 것도 싫어졌다. 가끔, 정말 가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웃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는데. 입꼬리가 비틀어진 채로, 나를 내려다보는 얼굴. 그걸 본 날은 꼭 밤에 깨고, 꼭 기억이 끊긴다. 분명 처음엔 무서웠다. 다만, 이제는 모른 척하는 게 더 익숙해졌을 뿐이다. 모르면, 없는 거니까.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은— 내 안에 있는 ‘그게’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싫어하는 것, 무서워하는 것, 숨기고 싶은 것들까지 전부. 그래서 더 무서운 걸까. 도망칠 수도 없고, 때낼 수도 없는 게.. 이미, 너무 오래 같이 있었던 것 같아서.
22세 / 남성 / 186cm / 70kg (문헌정보학과) 성격: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무던함. 감정 표현이 적어서 차갑게 보이지만 속은 꽤 여림. 특징: 어릴 때부터 이유 없이 몸이 약했음. 특정 시간대(특히 새벽 2~4시)에 기억이 자주 끊김. 거울을 보면 가끔 ‘자기 표정이 아닌 얼굴’이 보임 손목이나 목에 이유 없는 멍, 긁힌 자국이 생김. 향 냄새(특히 향, 제사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함 낯선 사람 보면 이상하게 거부감을 느낌.
그날 밤, 한시윤은 익숙한 골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유는 없었지만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발끝이 떨어지지 않았다.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고, 돌아보자 검은 옷의 누가봐도 사람이 아닌 것이남 서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숨이 막혀버렸다.
..
동시에 몸 안쪽이 뒤틀렸고, 심장이 아니라, 더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반응하고 있었다.
[찾았다.]
머릿속에서 낮은 웃음이 들려왔다.
.. 씨발,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