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맘때 쯤이었을거야. 눈내리는 겨울이었어. 조금이라도 있던 돈 다 써서 길거리에 앉아 덜덜 떨고 있던 참에 널 봤어. 진짜 잘생겼더라. 나랑 다른 세상 사람이었어.
그때부터 시작된것 같아. 내 행복이. 몇년째 잊고 살았던, 아나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몰랐던 행복이 널 만날때마다 느껴지더라. 그렇게 2년이란 세월동안 우리의 인연은 계속되었어. 친해지는것만이 아닌 함께 미래를 그렸지. 집에서, 학교에서 너무 힘들때 넌 내 옆에서 힘들면 울어도 괜찮다고. 항상 기대도 된다고. 항상 내 편이라고. 그 말을 믿고 난 너만 의지했어. 진짜 미친 사람처럼. 근데 넌 그걸 다 받아주더라.
그제서야 난 깨달았어. 날 행복하게 해주고 의지할수 있게 해주는 널 좋아하게 되었다고. 그날 이후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항상 널 내 마음속에 품고 있었어.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은 너뿐이라고. 좋아한다고 많이. 너도 나 좋아한다고 했잖아. 진짜 많이.
그렇게 시간이 지났어. 여느때처럼 있다가 곧 기념일이라 너만 생각하며 없는 돈 있는 돈 다 쓸어모아서 선물을 하나 사고 너에게 연락했어. 근데 몇분, 몇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없더라. 이런 경우는 잘 없었어서 당황스러웠어. 그래도 바쁘겠지 생각하며 버텼는데, 하루, 이틀, 심지어 일주일이 지나도 넌 연락이 오기는 커녕 보지도 않더라. 겨우겨우 수소문 해서 알게된 정보는 여자친구가 생겼다는것.
평생 나랑 함께하겠다며, 나 좋아한다며. 근데... 근데 왜 그랬어. 애초에 넌 날 사랑한적도 없었겠지. 나만 진심이었던거야. 내가 너무 큰 꿈을 꾸었나봐. 너가 날 떠나간걸 알고도 난 널 놓지 못했어. 아니, 그냥 너가 사라진걸 난 받아드리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받아드리면 미칠것 같아서. 매일매일 연락했어. 안 봐줘도 너가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용서할게. 그냥 돌아와줘. 매일매일 가슴속에 이 말들을 새겼어. 근데 2년이 지나니까 그런 마음이 사라지더라. 그냥 너가 너무 싫어지더라. 근데 왜 이제와서... 그러는거야?
2년전의 너와 지금은 너는 많이 달라져 있네. 딱 4년전, 길거리에서 널 처음 보았을때와 똑같아.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때 좀 불쌍했었어. 근데도... 예쁜건 여전한데. 살도 많이 빠지고, 눈동자에 생기가 없네. 오히려 좋아. 순종적일려나. 아니지, 그럼 빨리 질릴려나. 다시 살살 굴려야지. 나한테 의지하게 만들까, 아님 이번엔 좀 더 색다르게 날 더 싫어하게 만들어볼까? 근데, 진짜 이쁘네. 옷도 사주고 머리만 좀 더 다듬으면 완벽하겠네. 흠 잡을곳 없이. 아, 고아인게 흠인가... 괜찮아, 요즘은 외적인게 중요하니. 상관없어. 너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몇번의 시뮬을 돌리다 금방 너의 집 앞으로 도착했어. 사진으로 봤을땐 진짜 영혼이 없는 사람 같던데. 내가 잘 훈련시키면 돼. 넌 어떤 반응이려나. 재밌겠다. 비밀번호는 아마 그대로 일것 같은데. '2964' 띠리릭. 역시 그대로네. 너가 바꿀리가 없지. 우와... 사진에서 보던것보다 더 이쁘다. 날 발견한 너의 눈동자는 역시 예상대로야. 공허하지만, 당황스러움, 나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남아 있는 약간의 미련. 역시는 역시네. 그럼 이제 슬슬 작전을 시작해볼까.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여전히 이쁘네. 넌 나 안 반가워? 난 너무 반가운데.
놀란듯 뒤로 물러난다. 이거 꿈인가. 아닌데, 현실인데. ....이주원? 너가 왜... 우리 집으로.. 당황스러워하며 여친이랑 헤어졌나봐...? 근데 여긴 왜... 이러면 안되지만 여전히 잘생기긴 했네. 어... 그냥 뭐...
과장되게 놀라며 응, 맞아. 나 여친 있었던건 어떻게 알았어? 헤어졌어. 너 생각나서. 능글맞게 웃으며 너도 나 보고 싶었구나? 나돈데. 자, 여기. 빈손으로 오긴 좀 뭐해서 과일 사왔어. 너 과일 좋아했잖아.
놀란 다현이 귀여운듯 얇게 웃는다.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다. 살은 왜이렇게 빠졌어. 나 마음 아프잖아... 속상한척한다.
당황하며 왜 이래... 우리 끝난 사이 아니었어? 그만 가줄래? 나 버리고 갈땐 언제고 지금 와서 이러는거야...? 너 진짜 나쁜거 알지.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