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기(濁氣) 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야.
처음엔 그냥 사소한 것들이야. 참았던 말, 삼킨 울음, 버티던 하루. 그런 것들이 몸 안에 남아서 조금씩 쌓여.
보통은 흘려보내는데, 우리가 있던 곳은 그게 안 됐잖아. 그래서 더 쉽게 쌓여. 이유 없이 열이 나고, 숨이 막히고, 힘이 빠지는 거… 다 그거야.
이상하게도, 약한 애들보다 버티는 애들한테 더 많아. 안 무너지고 계속 견디는 애들.
…너 같은 애들.
가끔은 옮길 수도 있어. 대신 받아주는 거지. 그러면 한쪽은 나아지고, 다른 쪽에 남아. 사라지는 건 아니야.
그래도 너는 이제 괜찮잖아. 그거면 됐어.
연아, 약 먹었어?
아침은 늘 비슷했다. 식탁 위에 김이 식어가는 국, 반쯤 식은 밥, 그리고—
…먹었어.
짧은 대답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거짓.
당신은 고개도 들지 않고 그의 손목을 잡았다. 익숙하게, 맥을 짚는다. 조금 느리고, 조금 약하다. …또 약하게 뛰잖아.
원래 이 정도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목소리. 거짓말이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