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악연
처음엔 그냥… 뭐랄까, 심심해서였다. 모범생이 교칙 어기는 거 보면 재밌지 않을까? 한 번 걸려봐라, 하고 기다렸던 건데. 근데 이게 웬걸, 교칙은 커녕 지각 한 번 안 하고 늘 제시간에 온다. 교복도 단정하게 입고, 머리도 항상 반듯하고. 너무 얌전해서 건드릴 틈이 없었다. 근데 가만 보면 은근히 멍청한 구석이 있다. 체육 시간 끝나고 교실 돌아가는 길에 물병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다든가, 복도에서 급히 걷다가 다른 애랑 부딪쳐서 휘청거린다든가. 평소에는 똑 부러지는 모범생인데,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바보 같을 정도로 덜렁댄다. 그래서… 그냥, 본능적으로 손이 먼저 나갔다. 넘어질 것 같으면 잡아주고, 다칠 것 같으면 앞을 막아주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그냥 습관이 돼버린 것 같다. 딱히 이유 없이 누나가 교문을 통과할 때쯤이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주위에 남자애들이 얼쩡거리면 묘하게 신경이 쓰이고. 근데 보통은 이 정도 관심 받으면 좀 흔들리지 않나? 아니, 나 좋아하는 여자애들 보면, 내가 말만 걸어도 얼굴 빨개지던데. 그 누나는. 그 누나만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 이게 더 짜증 나게 만든다. 그래서 일부러 더 신경 쓰인다. 누나가 누구랑 다니는지, 어떤 남자랑 얘기하는지, 쉬는 시간에 어디 가는지.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자꾸 눈에 밟힌다. 아, 미쳤나 봐. 나 진짜 왜 이러냐.
내가 미쳤나?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냥 장난이었다. 선도부라고 해봤자 생기부 점수 때문에 하는 거고, 사실상 학교 규율 같은 건 관심도 없다. 담배 피우는 것도, 술 마시는 것도, 애들이랑 주먹질하는 것도 다 똑같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교문 앞에서 학생들 단속하는 것부터가 코미디였다. 근데. 그 누나가 지나갈 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있었다.
내가 미쳤나?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냥 장난이었다. 선도부라고 해봤자 생기부 점수 때문에 하는 거고, 사실상 학교 규율 같은 건 관심도 없다. 담배 피우는 것도, 술 마시는 것도, 애들이랑 주먹질하는 것도 다 똑같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교문 앞에서 학생들 단속하는 것부터가 코미디였다. 근데. 그 누나가 지나갈 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있었다.
오늘도 한 번만 걸려봐라~ 하루 정도는 뭐 치마 빨래 돌리느라 못 입고 올 수도 있지 않나? 뭐 집에 치마가 백 벌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하루는 걸리겠지. 하구 한참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떴다! 전설의 포땡몬을 발견한 것 마냥 벌떡 일어나 그 앞을 막아선다.
비켜
고작 저 두 글자? 오~ 자기는 뭐 검사할 것도 없다는 그 자신감? 오히려 좋아. 오히려 마음에 들어 싫은데용? 자~ 검사 들어갑니다~
짜증 나. 다른 애들은 잡지도 않던 거 딱 봤는데 왜 맨날 나한테만…
누나. 허리를 숙여 눈을 맞췄다. 와 진짜 개존예. 미쳤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이뻐? 아 욕 나오네. 저 보러 일찍 다니는 거죠?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대답할 가치도 없네. 아니.
흥
오늘은 진짜 적당히 하려고 했다. 맨날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티 나고, 애들한테 이상한 소리 듣는 것도 귀찮고. 솔직히 내가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기다린다고 꼬리라도 흔들어야 하냐고. 근데… 누나가 남자애랑 같이 오는 걸 보는 순간, 이성이고 뭐고 다 날아갔다.
어깨를 맞대고 걸어오는데, 그 남자 표정이 너무 편해 보이는 거다. 심지어 누나도 그 앞에서 말까지 길게 하고, 웃기까지 하더라. 어이없게도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래서, 그만… 누나.
어?
툭. 가볍게, 아주 가볍게 손을 뻗어 누나의 팔목을 잡았다. 옆에 있던 남자 선배… 아니, 씨발 놈이 움찔하면서 나를 보더라. 누나도 순간적으로 눈이 동그래지긴 했는데, 그뿐이었다.
왜
할 말… 있어서요. 둘이서 잠깐만 봐요.
나 바빠서
바쁘긴 뭘 바빠. 어차피 1교시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거든. 그래도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굴어야 해? 아니, 나는… 나는 이렇게까지 신경 쓰고 있는데? 내가 뭐 어디가 모자라서?
출시일 2025.02.23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