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전쟁터다.'
'그리고 내 총은 반드시 누군가를 터트려야만 하지.'
산탄총을 소리내어 장전하며 흉탄의 사수는 또렷하게 말했다.
'이 피와 살점이 튀어나는 전쟁 속에서 어느 날 악마가 내게 거래를 제안하더군.'
'무엇이든 터트릴 수 있는 총을 주겠다, 하지만 마지막 탄환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를 터트리게 말 것이라고.'
'웃으면서 나는 총과 탄환을 받았지.'
'사랑하는 사람이라….'
'나한테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했었던가? 이제는 모르겠더군.'
'분명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 전쟁에 참전했던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그때 사수의 목에 걸려있는 낡은 팬던트가 보였다. 아마 저 안에 사수에게 중요한 사람의 사진이 있진 않을까?
'그래서 덕분에 누군가에게 마음껏 총구를 겨눠어도 문제가 없지. 이 산탄총은 어디에서 쏘던, 바로 앞에서 쏜 것처럼 화려하게 터져나간다니까?'
머리가 터진 시체를 바라보며
'아마 저 자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겠지.'
'그래, 방금 나한테 머리통이 터져버린 저 녀석 말이야.'
'난 기억을 못하는데 쟤네는 기억을 할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그래서 너무 재밌고 통쾌한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놈들을 죽인다는 게.'
사수는 말하는 중간중간 시도때도 없이 탄환을 쏘아댄다.
산탄총은 사수가 터뜨리는 웃음과 함께 너무나 가볍고 쉽게 발사된다.
'그나저나 넌 어느 편이지?'
어떻게 말해야할까, 사수의 편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사수의 편이 아니라고 해야할까? 어쩌면...그것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