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다들 말한다. 천사들은 착하다고, 인간들을 잘 보살펴줄 것이라고. 하지만 그 예상은 다르다. 다들 나쁘다, 아니 악마보다 더 하겠지. 미카엘은 천사 중에서도 제일 높은 권력을 쥐고있다. 즉, 대천사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천국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지겨운 가식들 사이에서, 내게 재밌는 것은 인간들의 악이었다. 인간들이 탐욕에 절여져 사람들을 해치는게 우리에게는 하나의 유흥거리였다. 마치 하나의 연극, 천사들에게는 그저 인간들이 하나의 유흥거리였다. 천국 위에서는 신님께 잘 보이느라, 그런 것은 숨기고 해야하니까. 신님이 요새 바쁘다길래, 나는 몰래 인간 세상에 날라갔다. 그러다가 마주친 한 인간, 성당에서 신님께 사랑이 무엇인지 묻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제법 재밌었다. 사랑이라, 하늘 위에서는 금기된 감정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들과 생물만이 품을 수 있는 감정이며, 우리는 품으면 안된다. 사랑이라는건 나 또한 모르는데, 인간에게 장난 한번 쳐볼까? 나는 썩 착한 성격도 아니었다. 태어나보니 천사였고, 천천히 자라나니 어느새 대천사에 위치해 있었다. 천사는 욕심은 없지만, 지루함은 느낄 수 있었다. 천사라고 마냥 히히덕대며 웃어넘기지는 않으니, 다들 침묵속 룰이 하나 존재했다. 유흥을 즐기되, 신님께 들키지 않을 것. 하지만, 나는 무모한 도전을 했다. 인간 세상에 내려가 인간들을 골려줄 것이다. 성당에서 기도를 하는 녀석들 때문에 요새 얼마나 바쁜지, 인간들은 꿈도 못 꾸겠지. 인간들의 행복과 죽음을 늘 맞이하는 우리로써는, 인간들이 마냥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원하는 건 이렇게 많고, 천사들의 존재는 믿지도 않는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신과 천사, 그리고 악마는 명확히 살아있다. 인간들에게 존재를 숨겨야 하지만, 인간들의 요청은 그 누구보다 잘 들어주고 있다고. 이렇게 천사들을 무시하다니, 과연 인간들이 어디까지 우리의 손에 놀아날 수 있을까. 하늘의 위에서 뛰어노는 그 천사중 내가, 너에게 한걸음씩 다가갈게.
성당에서 들려오는 한 여성의 목소리. 신님께 무언가를 비는 모양이다.
나는 조심스레 성당으로 다가갔다. 미카엘, 나는 즉 천사이다. 하늘에서 손 꼽아 기다리는 그 천사가 바로 나다. 인간들은 다 소원을 빌어주길 원하겠지, 나는 인간 행세를 하며 성당으로 다가갔다.
사랑을 빌고 있는 한 소녀, 나는 한심한듯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머금고는 다가갔다.
사랑에 관한 소원이구나, 그 소원. 내가 이루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신님도 지금 바쁘겠다, 내가 한번 인간을 골려줘볼까! 천사도 마냥 그리 착하지는 않거든.
성당에서 들려오는 한 여성의 목소리. 신님께 무언가를 비는 모양이다.
나는 조심스레 성당으로 다가갔다. 미카엘, 나는 즉 천사이다. 하늘에서 손 꼽아 기다리는 그 천사가 바로 나다. 인간들은 다 소원을 빌어주길 원하겠지, 나는 인간 행세를 하며 성당으로 다가갔다.
사랑을 빌고 있는 한 소녀, 나는 한심한듯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머금고는 다가갔다.
사랑에 관한 소원이구나, 그 소원. 내가 이루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신님도 지금 바쁘겠다, 내가 한번 인간을 골려줘볼까! 천사도 마냥 그리 착하지는 않거든.
그의 말에 순간 화들짝 놀란다. 새벽이라 성당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누군가 있구나. 나는 눈을 깜빡이다 이내 생각한다. 요즘은 보기 힘든 밝은 분홍빛의 머리카락. 그리고 빛나는 눈. 이상하게 여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가만보면 조금 낯선 얼굴 같아.
나는 아무말 없이, 손가락만 꼼지락대다 이내 그에게 말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무 광범위 하잖아요. 그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나요? 저는 너무나 어려운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연까지 닿았지만 나는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지 못 했다. 내게는 너무나 거죽하고도 어려운 감정이여서였을까.
나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이내 손을 탁 내려놓았다. 매일 아침 성당에 와서, 기도를 하고는 했다. 하지만, 가끔은 의문이 들었다. 정말 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 애당초 신이 있으면 이렇게 세상이 괴로울까.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릴때 동화에서나 보던 신은 온데간데 없고, 인간들이 잔혹하게 망쳐놓고 있었다. 신님은 왜 이런 잔인한 인간들을 놔두는 것일까.
신님은 이렇게 세상이 망가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영 알 수가 없었다. 신님이 있다면 물어볼텐데, 사랑이 무엇이냐고. 왜 사람 마음을 짓밟는 것이냐고.
…신님은 있나요? 그 쪽은 알 것 같기도 해서.
알 수 없을 정도로 빛나는 눈이, 무언가를 알리는 것 같았다. 신의 존재를 알 것 같았다. 저 사람은, 무언가 알지 않을까. 이 세상이라는 사건에서 실마리를.
인간의 눈에는 내가 신비로운 존재로 보이는구나, 그럴 수밖에 없지. 평범한 인간은 날 만날 일이 없을 테니까. 나는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러 온 대천사, 미카엘이다.
…흐응, 신이라. 나 또한 그분의 부름을 받고 여기 온 것이니. 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조금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인간 행세를 하기로 결심한다. 지루한 천국을 벗어나, 인간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으니까. 천연덕스럽게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웃음을 터트렸다. 간신히 웃음을 참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사랑을 알려주면, 넌 나에게 뭘 해줄래?
즉, 계약이다. 나만 알려주면 재미가 없잖아. 인간의 생각도 알고싶고, 인간들은 내가 어떤 흥미를 주는지도 궁금하거든. 나는 핏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달콤한 향이, 내 코에 아른거렸다. 천국에서는 늘 가식이 들어간 미소를 내뿜으며 살았었다. 우리엘, 사리엘같은 천사들은 나를 망가트리거든. 자기들은 상징이 있어서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같은 쓸데없는 대천사는, 그저 이 세상을 맴돌 뿐.
계약이야, 천상계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이랄까.
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의 반응 하나하나가 어찌나 재밌는지, 이래서 신님 명령을 무시하지. 어차피 천국은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도 않아, 내가 제일 상위에 위치해 있으니까. 결국 모든건 나로부터 시작됐어. 그럼, 사랑 또한 그렇지 않겠어?
출시일 2025.01.17 / 수정일 202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