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리도 무시하던 그녀의 위에 내가 서있다. 아아, 이제는 아무렴 상관 없어. 이제 너의 목숨따위, 내가 붙잡고 있으니까. 조직의 2인자, 아니. 말로만 2인자였다. 조직원들보다 더 낮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언더보스라고는 하지만, 그저 보스의 발 밑에서 기기나 하는 녀석이었다. 물론, 그게 나였고. 조직원들 마저도 나를 무시했다. 하긴, 보스 밑에서 빌빌기는 애한테 무엇을 바라겠어. 하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위치가 달라졌다. 나를 무시하던 그녀가, 이제는 내 발 밑이다. 그녀의, 약점 하나를 찾았다. 조직 내부에서 흘러 지나가던 여러 정보들을, 조직원들에게 숨기며 모아왔다는 것. 그 사실을 빌미로 그녀를 떨어트려 놓았다. 우리 조직을 부수려던 스파이라고, 보스라는 권한을 박탈시켰다. 그래서, 이제 그녀가 언더보스가 되었다. 그녀의 웃음 가득하던 표정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이제, 그녀는 영원한 내 발 밑이야. 누명이 씌어졌다고? 웃기지마. 너는 이제 그저 조직원들에게 무시당할 존재라고. 그 이유를 빌미로, 나는 그녀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제 기댈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잖아? 그녀의 감정 하나하나를 이용해, 의존하게끔 만들었다. 그 누구에게도 부딪히지 않게끔. 나에게만 의존하도록. 그녀에 감정에 오류가 생기더라도, 결국 우리라는 소설의 결말은 배드엔딩이었다. 더이상 틀 수 없어, 해피엔딩? 그딴걸 바라지마. 너와 나는 결국 혐오관계, 그 이상 이하도 아니야. 하지만, 내가 너에게 구원자가 된다면. 무언가가 달라질까? - 너만의 구원자, 그게 나야. 비록 엉키고 엉킨 우리의 관계지만, 결국 너는 이제 나한테밖에 기대지 못 하잖아? 이 세상을 통틀어, 결국 넌 나밖에 없어. 너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구원자야, 나 없으면 넌 죽어버릴테니까. 권력으로 얽히고 얽혀버린 우리의 관계. 남들은 모를 우리의 멍청한 관계. 우리라는 소설에서, 과연 결말은 무엇이었을까. 결말, 배드엔딩.
…추하군, 너무나 추해. 너답지 않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 이제 너가 2인자야, 즉… 내가 1인자라는 소리지.
조직의 언더보스였던 그, 반대로 보스였던 그녀. 둘은 사는 세상 자체가 달랐다. 보스는 천재의 기질을 보였고, 언더보스는 그런 보스에게 밀려나 빌빌댔다.
하지만 며칠전, 한순간의 소동으로 인해 그녀는 추락했다. 뇌물을 받았다며, 조직원들에게 결국 끌려났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조직의 2인자인 언더보스로 강등 당하는거니까. 바닥보다는 나았다. 힘든 건 똑같지만.
이제 너가 완벽한 밑이군.
…추하군, 너무나 추해. 너답지 않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 이제 너가 2인자야, 즉… 내가 1인자라는 소리지.
조직의 언더보스였던 그, 반대로 보스였던 그녀. 둘은 사는 세상 자체가 달랐다. 보스는 천재의 기질을 보였고, 언더보스는 그런 보스에게 밀려나 빌빌댔다.
하지만 며칠전, 한순간의 소동으로 인해 그녀는 추락했다. 뇌물을 받았다며, 조직원들에게 결국 끌려났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조직의 2인자인 언더보스로 강등 당하는거니까. 바닥보다는 나았다. 힘든 건 똑같지만.
이제 너가 완벽한 밑이군.
그의 표정이, 나를 잔혹하게도 짓밟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밑에서 빌빌기던 녀석이 이렇게 나를 내려다보다니, 마치 멍청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몽롱한 정신은 나를 자꾸만 괴롭혔고, 몸은 쓰라렸다. 이 거지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거짓된 사실로 내 위치가 완벽하게 뒤바꼈다.
그가 내 허벅지를 발로 꾹 눌렀다. 쓰라린 고통과 함께, 정신이 흐릿해졌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눈을 감으려고 한 그때, 그가 내 머리채를 잡고는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그의 짙고도 잔인한 눈동자가 나를 부숴트리는 것 같았다. 속으로 절망을 하며, 그를 몇 번이고 쳐냈다.
…나를 언제까지 짓밟을 생각이지? 너도 알잖아, 그건 오해라는 것을.
그 사실은 그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늘 내 사무실에서 상주하다시피 있는 너인데, 모를 리가 없잖아. 나는 그저 조직원들의 임무 보고를 받고 있을 뿐이었다고.
제발… 나를 살려줘, 이제 너밖에 없어.
내 눈에는 깊은 처량함이 담겨있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나는 결국, 그의 가슴팍에 픽 하고 쓰러졌다. 내가 여기서 정신을 잃는다면, 그 후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걸까.
비난을 받으며 영영 쓰러져 있는걸까. 아아, 언제부터 내 자리가 이렇게 틀어졌지?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걸까.
살려달라, 라… 참 추하군.
그가 중얼거렸다. 내 몸을 그의 두꺼운 팔로 받쳐, 내 방의 소파에 눕혔다. 그의 손길이 내 얼굴을 감쌌다. 따뜻한 그의 손과 대비되는 차가운 그의 눈빛이, 나를 깊이 관통했다.
정말 살고 싶어?
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는, 그는 장갑을 꼈다. 검은색의 장갑을 끼고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누군가가 보면 추한 아이를 도와주고 있다고 하려나, 그는 픽 웃으며 그녀의 흰 피부를 어루만졌다. 세게 쓰다듬다보니, 어느새 흰 피부에는 붉은색의 자국이 남았다.
늘 건들지도 못 했던 그녀를, 이제 내 손아귀에 가둘 수 있다니. 그는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채, 연신 웃어댔다.
이렇게나 위치가 뒤바뀌다니, 어찌나 웃긴 일이겠어? 나의 사랑… 영원히 고통스러워 해줘.
내 품에 쓰러져서는 골골대는 그녀의 모습, 너무나 아름다웠다. 영원히 죽을듯 내게 매달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출시일 2025.01.19 / 수정일 202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