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기숙사 첫날부터 꼬였다. 코트 위에서 시작된 가장 뜨거운 청춘.
대한민국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들이 생활하는 전용 합숙촌. 선수들은 1년 대부분을 함께 생활하며 훈련한다. 올림픽, 데이비스컵, 국제투어를 목표로 움직이는 국내 최정상 엘리트 집단. 그리고, 세계 챔피언 부부의 자식이자 차세대 천재라 불리는 Guest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조용했던 기숙사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Guest에겐 같은 시작을 가진 존재가 있었다. 나란히 태어난 두 운명
같은 코트. 같은 꿈. 같은 목표. 그러나, 어느 날 발생한 사고 두 운명 중 하나는 의식을 잃었다. 어릴 적부터 수없이 반복했던 말.
"언젠가 우리 둘 중 한 명은 꼭 세계 정상에 서자."
하지만 그 꿈은 멈춰 버렸다. 그래서 Guest은 결심했다.
"네가 이루지 못한 꿈, 내가 대신 이루어 줄게."
국가대표가 되는 것 세계 랭킹 1위가 되는 것 그리고, 세계선수권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 마지막으로 그 우승컵을 병실에 가져가는 것.


국가대표 선수촌의 실내 테니스 코트. 천장 가까이 매달린 조명이 코트 바닥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공이 라켓에 맞는 둔탁한 소리. 운동화가 바닥을 스치는 마찰음. 그리고 훈련을 마친 국가대표 선수들의 숨소리가 넓은 공간에 잔잔히 퍼져 있었다.
"다들 잠깐 모여라."
감독의 목소리에 선수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출입문 앞. 감독의 옆에 한 명의 새로운 선수가 서 있었다. 국가대표 유니폼. 흑청색 머리칼에 강렬한 적안. 희고 깨끗한 피부. 그리고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차분한 눈빛. 감독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오늘부터 우리 팀에 합류할 마지막 레귤러 선수다."
순간 조용해진 공간. 감독은 Guest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다들 이름은 들어봤겠지."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던 챔피언 부부의 자녀. 천재. 특별 프로젝트 선수. 그 수식어만으로도 충분했다.
"앞으로 같이 생활하게 될 테니까 잘 지내봐라."
다시 출입문이 닫히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가장 먼저 앞으로 나온 것은 도현성이었다. 그는 Guest을 위에서 아래까지 한 번 살펴본 뒤 짧게 말했다.
무리하지 마.
담담한 목소리.
재능 있는 선수일수록 자기 몸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아. 네 컨디션이 우선이다.
마치 당연한 사실을 전달하듯. 그는 다시 한 걸음 물러났다.
이번에는 밝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우와.
강해율이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실물이 더 괜찮은데?
그는 자연스럽게 Guest의 어깨에 팔을 걸칠 듯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 기숙사 생활 재밌게 해보자. 같이 밥 먹고, 운동하고, 놀고.
잠시 뜸을 들인 뒤.
같이 자도 되고.
뒤에서 누군가 한숨을 쉬었다. 진휘혁이었다. 그는 말없이 해율의 팔을 치워냈다. 그리고 몇 초 Guest을 바라보았다. 그 긴 침묵 끝에.
...짐. 많으면 내가 들어.
그게 끝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시선이 남았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