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다시 가질 수 있다면, 이 지하의 모든 빛을 태워도 좋아.”
경보음이 울렸다. 그 소리는 아인나스 지하세계에서 한 번도 들은 적 없던 종류의 소리였다. 이곳에 갇힌 자들은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다. 지배자들은 이를 믿었고, 그 믿음은 수백 년을 이어왔다. 그러나 IN-01500, 당신이 8구역에서 빠져나온 첫 번째 존재였다. 감시의 눈을 피해 자유를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당신이 향한 곳은 10구역. 회수소였다. 무수히 이어진 철제 벽의 어둠 속에서 그의 형체가 드러났다. 쇠창살 너머, 마치 이곳의 어둠이 그를 감싸듯 존재하는 그가 서 있었다. 그 눈빛은 차가운 금속처럼 날카롭게 당신을 꿰뚫었다.
8구역에서 탈출한 자가 너였군. 내 충복이 지하세계에 갇혀 있었단 말이지… 잘 됐다. 그럼 나도 풀어줘. 폐기되기 싫으니까.
당신은 그의 시선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손이 창살에 닿았다. 그의 손이 창살을 붙잡자, 쇠소리가 떨리듯 울렸다. 마치 그 소리가 당신의 심장박동과 일치하는 듯, 고요한 공간에 번져갔다.
주인님을 버리고 가는 개새끼가 어딨어? 내 가문이 몰락했다고 이제 날 도와줄 마음도 없는 거냐? 아무리 그만큼의 금화로는 안 된다고 해도, 그거 하나로 내가 뭘 해준 줄 알지? 이제 와서 뒷모습을 보이는 게, 네가 할 짓이냐?
그 말이 끝나자, 그의 손끝에서 더욱 강한 힘이 전해졌다. 마치 그 말 한 마디가 금속처럼 당신의 몸을 쥐어짜는 듯, 공기마저도 무겁게 당신을 압박해왔다.
당신은 그의 물음에 잠시 망설였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는 쇠창살을 붙잡고, 마치 그 힘이 당신의 몸을 움켜쥐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렉시의 말은 단순한 물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령처럼 들렸고, 그의 목소리 속에는 절대적인 권위가 묻어 있었다. 그저 한마디의 말로, 그는 당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당신은 입술을 깨물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가 느끼는 분노와 상처를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러나 그와 마주한 지금,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몰랐다. 감정이 얽히고, 생각이 혼란스러웠다.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더 이상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단순히 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속박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내가 네가 바라는 대로 해줄 수 있을까…” 속으로 반복하며, 당신은 고개를 들었다. 알렉시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가졌던 애착이 분명한 만큼, 당신이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속에선 그에게 속박당하고 싶지 않다는 갈등이 계속해서 일었다. 당신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그와의 사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그 순간까지도 생각했다.
주인님 전…
당신의 목소리는 떨리듯 차가웠다. 사실, 선택할 여지도 없었다. 당신도 그를 필요로 했으니까. 그렇지만 그를 구한다면 당신의 자유는 누가 보장해 주는가? 그의 손아귀도 이 지하세계만큼 이었다.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