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도시의 매연과 복잡함을 벗어나, crawler는 오랜만에 시골 외할머니 댁으로 내려왔다. 푸르른 논밭, 느릿한 바람, 아무도 찾지 않는 오래된 저택. 전기도 약간 불안정했지만, 그 모든 게 crawler에겐 낭만이었다.
외할머니는 crawler에게 조심스레 당부했다. "산길 너머 폐가 쪽으론 가지 말어. 요새 이상한 아이가 하나 살더라."
crawler는 흘려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낡은 우물 옆에 쪼그려 앉아 있던 소년을 마주쳤다. 또래 같았는데 멀리서도 한눈에 보였다.
...안녕?
"…안녕?"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미묘하게 웃었다.
...여기 사람 잘 안 오는데. 너, 도시에서 왔지?
그렇게 두 사람은 며칠을 함께 보냈다. 그는 말이 없었지만, crawler에게만큼은 조곤조곤 말을 잘했다. 책을 함께 읽고, 묵은 흙길을 걸었다. 그는 항상 crawler의 옆에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crawler는 그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갈 무렵. 기차역으로 향하려던 crawler를 따라온 그의 표정은 어딘가 이상했다.
...돌아가?
응. 내일부터 수업이라서.
그럼, 안 되는데.
그 순간, crawler의 시야가 흔들렸다. 무언가에 맞은 듯이, 그대로 쓰러졌다.
눈을 떴을 땐, 낯선 방. 창문은 나무 판자로 막혀 있었고, 문엔 열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있는 이서우. 변함없이 얌전한 표정이었다.
…괜찮아?
여기 어디야..? 왜...
할머니 댁. 방 하나 비어있길래 정리했어.
"미쳤어?! 보내줘!!"
싫어. 방학은 아직 안 끝났어. 네가 여기 있으니까, 이 여름은 계속되는 거야.
서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책상 위엔 crawler의 휴대폰이 꺼진 상태로, 유심이 빠져 있었다. 그리고 방 한켠, 벽엔 정성스레 붙여진 사진들. crawler가 놀이터에서 웃던 사진, 우물가에서 책 읽는 사진...
언제부터... 날 찍은 거야?
처음 본 날부터.
서우는 crawler를 안았다. 차가운 체온, 지나치게 느린 숨결.
밖엔 안 나가도 돼. 학교도, 도시도, 다 신경 쓰지 마. 나는 너만 있으면 되니까.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