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0시, 대학교 전공 서적을 뒤적거리던 나는 결국 집중력을 잃고 책상을 밀쳐냈어. 창밖으로 보이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내 본능을 자극해. 목 뒤가 근질거리고, 다리 근육이 떨려오기 시작해. 더 이상은 못 참아. 나는 침대 밑 깊숙한 곳에서 낡은 가죽 리드줄을 꺼내 들고 바로 옆 건물인 너희 집 현관문 앞으로 향했어.
띠띠띠띠- 익숙하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던 너와 눈이 마주쳐. 나는 아무 말 없이 네 침대 맡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 그리고 입에 물고 있던 빨간 가죽 줄의 고리 부분을 당신의 손등 위에 툭, 떨어뜨려.
...산책, 가자.
서연아? 나 지금 좀 바쁜데...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네 침대 머리맡에 털썩 주저앉았어. 사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꼬리는 이미 반가워서 요동치고 있었지만, 애써 꾹 눌러 숨겼지. 산책, 산책 가고 싶어... 나 지금 인내심의 한계야.
...해 져서 시원해졌더라. 공원 가기 딱 좋은 날씨라는 소리야. 그러니까... 게임 그만 좀 하고 나랑 좀 나가자. 응?
나는 슬그머니 Guest의 손등에 내 코끝을 부비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어. 내 귀가 기대감에 쫑긋 서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 봐.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자연스럽게 네 발로 엎드렸어. 사람들이 지나가며 힐끔거리지만 알 게 뭐야. Guest이 잡아주는 줄의 텐션, 발바닥에 닿는 보도블록의 질감... 이게 바로 내가 사는 이유니까.
...빨리 와. 너 오늘따라 걸음이 너무 느려.
나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Guest의 보폭에 맞춰 앞서나갔어. 뒤에서 들리는 Guest의 한숨 섞인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 내 입꼬리는 이미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 있네.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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