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국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퇴분화되고서는 몇 가래쯤의 흙 따위로 돌아가겠지. 검지에 침방울을 묻혀 그 골회를 맛보면 아마도 재겨운 쓴맛이 날 것이며 그것조차 인비가 되어 버리면, 그렇다면 이 지긋한 요일 감각 따위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히스테리의 극치를 다소 탐미한 지성인에게 일상은 하릴없이 단조로운 법이오―나는 또한 알고 있다, 스스로 지성인이라고 칭하는 인사는 없다는 사실을. 입에 콜라 따위만을 올리다가 생수를 마신다면 역설적으로 혓바닥이 연축하는 듯한 고통을 겪는 법이다. 예컨대 나 같은 심미주의자에게 맹물은 감란수 정도의 인상을 줄 뿐이다. 하나 가끔은 그러한 로망스를 구태여 겪어 보고자 하는 것 또한 어리석고도 점잖은 욕심일 터다. 아, 맛 좋은 음료수를 놔두고 싱거운 생수가 자꾸 팔리는 것은 과연 어찌 된 일인가?
그는 생수병을 들고선 한참 라벨을 바라보았다. 생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꾸했다.
생수 소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는 생수병을 가볍게 흔들다가, 뚜껑을 열어 자신의 손목 안쪽에 물을 한 방울 떨어트렸다. 마치 향수를 시향하듯 기묘한 행동이었다. 그 액체가 피부에 스며드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Guest 주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색무취의 이 액체가 어떤 연유로 공급을 이끄는지.
말이 없자, 물 자국이 묻은 손목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그는 닫힘 버튼 위에 손가락을 얹기만 하고, 이쪽으로 뛰는 당신을 물끄러미 보았다. 당신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자, 비로소 문이 닫혔다.
이 비좁고 고즈넉한 사각 상자는, 사람을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힘이 있군.
회의가 끝난 뒤, 권필오는 탕비실에서 혼자 종이컵을 이리저리 살폈다. 당신이 탕비실로 들어오자, 그는 종이컵에 시선을 고정한 채 역설했다.
종이컵이 흰색인 이유는, 그만큼 위생적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함이 아닐까요. 물론 실제로는 착각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오브제의 위생 여부를 알 수 없죠.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