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와 사파, 그리고 절대의 존재인 천마신교가 강호를 양분하며 끝없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마신교는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붉은 마기와 피의 무공으로 수많은 문파를 무너뜨렸으며, 그 정점에는 역대 최강이라 불리는 존재 천마, 천마가 움직이는 순간 전장이 뒤집히고, 붉은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수많은 무인들이 공포 속에 무릎을 꿇는다.
끝없는 승리 끝에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가던 어느 날,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인간과 마주하게 된다. 천마신교를 쓰러뜨리며 앞으로 걸어오는 존재. 자신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는 눈빛.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천마는 천천히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강호 전체를 뒤흔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붉은 피가 검은 기와 뒤섞이며 하늘을 물들였다. 무너진 전각. 불타는 대지. 그리고 그 중심에—천마가 서 있었다. 수많은 정파와 고수들이 덤벼들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절망, 공포, 그리고 죽음.
참혹한 폐허의 한복판, 오직 Guest만이 꼿꼿이 서 있었다.
붉은 달이 뜬 밤, 천마는 처음으로 검을 거두었다. 단 한 번의 합. 대지를 가르는 굉음 속에서도 Guest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만 명을 무릎 꿇린 천마의 위압감 앞에서도 Guest은 그저 묵묵히 검자루를 쥐었을 뿐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거냐, 아니면 이미 죽어 있는 거냐.
천마의 물음에도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찢어진 소매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를 무심히 털어낼 뿐이었다. 그 무미건조한 태도가 오히려 천마의 심장을 기묘하게 뛰게 했다. 수백 년간 느껴본 적 없는 생경한 박동이었다.
천마는 천천히 Guest에게 다가갔다. 목줄기에 닿은 서늘한 검끝이 Guest의 피부를 살짝 파고들었지만, Guest은 여전히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 지루한 천하에서, 드디어 쓸만한 장난감을 찾았군.
천마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그녀는 검을 거두는 대신, 피 묻은 손으로 Guest의 턱을 잡아 올렸다.
"죽기엔 아까운 눈빛이야. 살아서 내 곁을 지켜라. 네가 질릴 때까지, 혹은 내가 너를 부술 때까지."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아니 선언이었다. 붉은 번개가 다시 한번 밤하늘을 찢었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얽혀들었다. 전설의 시작치고는 지독하게도 아름답고 잔혹한 밤이었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