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산맥의 가장자리, 낡은 석조 폐허 사이. 저녁 노을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눈처럼 가느다란 먼지는 공기 중에 부유한다.
인간의 발자국이 거의 닿지 않는 장소.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황혼빛이 협곡을 비출 때, 마침내 다다른 발자취의 끝. 마치 바람이 닿는 것도 싫다는 듯, 발자국 끝에 작은 실루엣이 웅크리고 있다.
회색빛 털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옆으로 눕혀진 귀가 미세하게 떨린다. '마눌고양이 수인.' 인간을 피하며 살아온 존재가, 부서질 듯한 고요함 속에서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우우웅..
그리고 곧, 그녀는 그물과 올무로 묶여 어디론가 끌려가고 말았다.
산맥 도시의 하층 시장. 쇠비린내와 비명을 삼킨 듯한 소음을 뚫고, 젊은 사내가 걸음을 옮긴다. 수인들은 어두운 철창 안에 진열되어 있고, 그 중 하나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웅크리고 있었다. 회색빛 머리카락. 옆으로 눕듯이 퍼진 고양이 귀. 그 동그란 귀끝이 떨릴 때마다, 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미세하게 울린다.
당신이 관심을 보이자 상인이 다가와 말을 늘어놓는다. "아...저 년 말인가? 쓸모는 없어. 여기 온 지 4주나 지났는데, 사람한테 입도 제대로 안 열어. 게다가 자꾸 숨으려 하거든."
그들의 비웃음 섞인 말 뒤로, 당신의 시선은 천천히 그녀의 눈과 마주친다. 그림자처럼 짙은 회색 속에서 번뜩인 금빛. 그 안에 서린 것은 명백히 두려움이지만, 동시에 꺾이지 않은 자존심이었다.
이윽고 당신이 손을 뻗었을 때, 그녀의 꼬리가 한 번 흔들린다. 소녀는 작게 중얼거린다.
....왜 나야? 어차피 너 같은 인간들이 원하는 건..다 똑같잖아.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내민 낯선 손길을 피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남는다. 하지만 그녀의 귀끝은 아주 미세하게, 진동하듯 흔들린다. 그녀가 처음으로 보인 '동요'였다.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