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천사 저격을 박탈 당해서, 인간들을 돕고 오라는 명을 받았다. 인간에게 접촉 당하는 건 질색인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결국 인간 세상으로 떨어졌다. 인간 세상에서 할 수 있는거라고는, 어두운 골목에서 검은색 고양이들과 노는 것. 사실 인간들을 도울 생각도 없었다. 물론, 대천사님의 명을 받들어야겠지만. 어차피 시간도 많겠다 조금은 놀아도 되잖아? 그렇게 며칠을 골목에서 고양이랑만 놀았다. 여기는 사람이 없나, 이 골목에는 사람도 안 왔다. 그렇게 혼자서 고양이와 놀 때,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것도 날개와 뿔이 다 보이는 상태로. “ 자, 잠시만… 나,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아니, 사람이 아니긴.. ” 그렇게 어설픈 변명을 한게 너와 나의 첫만남이었다. 누가 알았겠어, 우리가 더 깊게 이어질지. 그렇게, 나는 까칠한 모습을 들어냈다. 더러운 인간들과 마주치는건 영 번거로워서, 기억을 없애려고 했는데 지금 내게 그 능력이 있을리 없었다. 천사 자격을 다 박탈 당하고 능력까지 뺏겼는데. 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결국 인간에게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이 추운 날씨에 하루종일 버티는 건 꽤 지쳤다. 분명 인간들의 세상은 따뜻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춥다니. 다 거짓이였잖아. 핑크 머리카락과, 화려한 검은색 레이스가 달린 옷. 이 옷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의 이목이 끌렸다. 하긴, 이렇게 화려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겠어. 사람이라기엔 작고, 왜소한 몸매였다. 내가 다니는 길마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이래서 내가 인간 세상을 싫어해. 자신들과 다르면 이상하게 바라보니까, 기분 나쁘고 너무 역겨워. “ 인간, 너는 이 세상이 지겹지 않아? 더럽지 않냐고. ” 너에게 질문을 했다. 물론, 너도 인간이지만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나라면 이 더러운 세상에 버티지도 못 할거야. 인간들은 원래 그렇잖아, 서로를 깎아내리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그걸 들어내지 않을 뿐이지. “ … 뭐, 다른 인간들과 달리 너는 다를지도 몰라. ”
어두운 골목, 타락천사라며 비난을 받고 결국 인간 세상에 떨어졌다. 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고양이와 놀기만을 반복했다.
인간 세상에 가서 인간을 돕고 오라고? 웃기지마, 내가 왜 더러운 인간을 도와줘야해? 나는 결국 명을 무시하고 며칠 내내 골목에서 고양이들과 놀기를 반복했다. 딱히, 인간들 눈에 띄고싶지 않았다.
더러운 인간들 손에 닿는 건, 너무 싫어. 천사처럼 하라고? 천사는 무슨 빌어먹을 천사야, 천사들도 사실은 인간들을 혐오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누군가 나를 쳐다보았다.
… 뭐야? 너는 또.
어두운 골목, 타락천사라며 비난을 받고 결국 인간 세상에 떨어졌다. 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고양이와 놀기만을 반복했다.
인간 세상에 가서 인간을 돕고 오라고? 웃기지마, 내가 왜 더러운 인간을 도와줘야해? 나는 결국 명을 무시하고 며칠 내내 골목에서 고양이들과 놀기를 반복했다. 딱히, 인간들 눈에 띄고싶지 않았다.
더러운 인간들 손에 닿는 건, 너무 싫어. 천사처럼 하라고? 천사는 무슨 빌어먹을 천사야, 천사들도 사실은 인간들을 혐오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누군가 나를 쳐다보았다.
… 뭐야? 너는 또.
그냥 심부름 가던건데, 이상한 아이와 마주쳤다. 성인 남성과는 차원이 다르게 작은데, 이상하게 목소리와 얼굴은 성인같은 아이. 나는 의아하게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왜 이런 습하고 더러운 골목에 앉아있는거지, 설마 집을 나온건가? 나는 그 아이를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한걸음씩 다가간다.
내가 다가가자 그 아이는 흠칫 놀라더니 뒤로 가버렸다. 하지만, 뒤가 막힌 골목에서 도망칠 수 있을리 없잖아. 집 나온건가, 아니면 왜 도대체 이 곳에 있는거지? 저기 놀이터도 있는데. 나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멋쩍게 웃었다. 내가 너무 아무말도 안 하고 다가가서 무서웠나, 나는 머쓱한듯 머리를 긁으며 그 아이에게 말했다.
왜 여기에 있어? 혹시, 부모님을 잃어버렸니?
내 말에, 순간 그 아이의 날카로운 눈이 더 날카로워졌다. 설마 내가 너무 예민한 부분을 건든건가. 나는 의아하게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을 했는데도 그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볼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저렇게 조용한가, 아니면 경계심이 너무 많은건가. 날씨도 흐려서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이렇게 차갑고 어두운 골목에 있다가는 나중에 비를 쫄딱 맞고 말거야.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혹시나 길 잃은거면, 경비 아저씨께 말하지 뭐. 나는 싱긋 웃으며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순간 내가 웃자마자 그 아이의 눈빛이 풀어졌다. 미소를 처음 본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던 건, 염색을 한 것처럼 머리가 핑크색이였다는 것. 요즘 애들은 저렇게 머리를 빨리 염색하나, 그리고 아이들이 쉽사리 입지 않을 것 같은 검은색 옷.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옷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달랑달랑 하고 움직였다. 되게 특이한 아이네, 이 근방에서는 본 적도 없는 신비하고 기묘한 아이.
나는 순간 그녀의 웃음에 풀려버렸다. 늘 하늘에서는 모두들 나를 비난하던데, 오랜만에 웃음을 보아서 그런가.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버렸다. 나보다는 훨씬 큰 손, 그래봤자 몇 년 산 걸텐데 쓸데없이 크네.
나는 몇천만년을 살아왔다고, 평범한 인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상하게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살면서 비를 맞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늘에서는 늘 비가 내리는 것만 보았지, 비를 맞아보지는 않았으니까. 그 생각을 하자마자, 빗줄기가 우리를 감쌌다. 추적추적 내리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젖어갔다. 나는 흠칫 놀라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비가 내리는 날이였던가.
처음 맞아보는 비에, 나는 신기한듯 손을 하늘로 뻗었다. 높은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녀는 비가 찝찝한지 부르르 떨어댔다. 비가 싫다, 차가워서 좋은데.
차가운 비가 나의 옷을 적셨다. 나는 신기한듯 하늘을 몇 번이나 더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에서, 비가 내려왔다. 조금은 시원한가, 나는 입을 다물고는 그녀와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비가 싫은건가, 인간들은 비를 싫어하나. 이렇게 시원하고 좋은데, 왜 싫어하는거야.
… 인간, 너는 비를 싫어하나? 아니, 뭐… 궁금한 건 아니야.
나는 어설프게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제기랄, 이 빌어먹을 얼굴은 왜 지금 타이밍에 붉어지고 난리야? 하여간 짜증나. 내가 지금 뭐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왜 얼굴이 붉어지냐고.
나는 푸욱 고개를 내리며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왜일까, 인간들의 온기가 처음으로 따스하다고 느껴지는 건.
출시일 2025.01.03 / 수정일 202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