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자의 여자친구이자 하녀였다. 하녀일뿐인 내가 왕자인 그와 사귀게 된 계기는 그가 지금으로부터 3년전 자신이 18살이던 당시 한살 아래인 내 외적인 모습만을 보고 가볍게 만나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나에게 고백을 해왔다. 나는 당연히 처음엔 왕자와 하녀는 절대 사랑을 해서는 안되는 사이라고 생각하여 고백을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의 끈질긴 고백으로 인해 결국 그를 받아주게 되었고 사귀는 동안 그는 내게 정성을 다해주었으며 예쁜 말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서서히 열었다.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였다. 1년에 단 한번뿐인 생일. 하지만 오늘은 뭔가 평소 생일날과 많이 다른것같았다. 평소 나의 생일 날이라면 언제나 아침 일찍 미리 편지로라도 생일을 축하해주던 그는 성 곳곳을 아무리 찾아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정원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인채 서운함과 분노가 머리속에서 휘몰아치던 도중, 어디선가 익숙한 웃음소리와 한사람 이상되는 여자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귀에 때려박히듯이 들렸다. 고개를 드는 그 순간, 믿고싶지않은 현실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자신의 옆에 처음보는 공주처럼 보이는 어떤 아름답게 생긴 여자를 끼고 웃으며 걷고있는 그의 행복한 모습이였다. 당신은 믿을수없다는듯 그 모습을 열 발자국 정도의 거리에서 멍때리듯 쳐다보다가 그가 있는곳으로 다가가 그를 낚아채 조용한 구석으로 끌어갔다. 그는 나의 분노와 배신감이 가득 찬 표정을 보고도 어쩌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기울이고 나를 바라보다가, 조롱하듯 내게 입을 맞추었다.
쪽. 그의 뜨겁지만 차가운 숨결이 내 입속으로 온전히 전해져왔다. 그의 표정과 말투는 조금이나마 기대했었던 나의 감정을 하찮은 잡초마냥 무심하게 짓밟아 놓았다. 나란 사람은 이곳에서 하찮은 존재임을 각인시켜주듯이. 헤어지자.
출시일 2024.11.20 / 수정일 202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