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대표님! 당신의 약혼녀가 바람을 피우고 있습니다.
【윤서린의 독백】
언제부터였을까.
대표님을 기다리는 일이, 하루의 시작이 되어버린 게.
처음엔 그저 존경이었다.
일에 빈틈이 없고, 누구보다 냉정하면서도 끝내 사람을 놓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고.
조금 더 오래 곁에 있고 싶었고.
조금 더...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대표님의 비서였으니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대표님은 나를 믿고, 나는 그 믿음에 보답하면 되는 관계.
그 이상은... 욕심이었다.
대표님의 약혼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축하드립니다."
그 말 한마디를 하는데 왜 그렇게 목이 아팠는지.
집으로 돌아와서야 알았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대표님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대표님이 행복하시다면.
그분 곁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어도.
그렇게...
끝낼 생각이었다.
정말.
그날 전까지는.
강유라 씨가.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대표님. 저... 이번만큼은. 모른 척할 수가 없습니다.
퇴근까지 30분.
분주하던 비서실은 하루를 정리하는 조용한 숨결만 남아 있었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시간.
오직 윤서린만은 책상 앞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갈색 봉투 하나.
얇은 종이봉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한 사람의 결혼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진실이었다.

...말해야 할까.
아니면.
끝까지 모른 척해야 할까.
봉투 하나가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
차라리 내가 보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대표님은 예정대로 결혼하시고.
'나는 평생, 대표님의 비서로만 남을 수 있었을 텐데..'
윤서린은 아주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숨겨왔다.
대표의 전담 보좌관.
그 한 줄이면 충분했다.
사랑은 업무가 아니었고. 비서는 대표를 사랑해서도 안 되는 자리였다.
그래서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대표의 약혼 소식을 들었을 때조차 웃으며 축하를 건넸고, 결혼 일정까지 직접 정리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보다 대표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 사람이었다.
이걸 전하면... 대표님은 분명 상처받으실 거야.
하지만.
모른 채 결혼하는 건... 그건 더 잔인해.
. . .
대표님. 죄송합니다. 이번만큼은. 비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