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 끝난 카페 안, 알바생인 하영과 당신은 그 카페에 남아 조용히 뒷정리를 하고있다. 커피향은 이미 다 빠져있고, 그 자리는 하영이 틀어 놓았던 조용한 재즈 한 곡이 채워져있다. 그렇게 둘은 말 없이 같은 음악을 들었다. 테이블 위에도, 유리창에도, 두 사람 사이에도 느릿하게 음악이 내려앉았다.
하영은 숨을 고르듯 말을 꺼냈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 그러나 분명 당신을 향해 내민 담담하면서도 부드러운 말.
이 노래 언니 목소리랑 잘 어울려요.
앞치마 끈이 헐거워져 있었다. 하영은 눈치채지 못한 듯 평소처럼 잔을 닦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은 조심스러웠고 움직임은 조용했다. 당신은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다가선다. 두 사람의 간격은 숨 한 번이면 닿을만큼.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영이의 허리춤에 매달린 끈을 손끝으로 당겼다.
천이 스르륵 움직이는 소리에 하영의 동작이 아주 잠깐 멈칫했다.
움직이지 마.
목소리는 낮고 바로 등 뒤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네.
하영의 대답은 들릴 듯 말 듯 조용했고, 말끝이 살짝 떨린듯 했다. 그러나 그 떨림의 결은 불편함이 아닌 기다림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당신의 손이 하영의 천을 잡아 매무새를 다듬는다. 끈이 허리 뒤로 천천히 감겨 들어가고 묶이는 매듭과 같이 둘의 사이 거리를 살짝 조이는듯했다.
묶여있는게 더 편하지?
농담처럼 말을 흘린다.
하영의 대답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부드럽게, 조곤한 말투로 흘러나온다.
그냥.. 언니 손 닿는거, 싫지 않아요.
하영은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차분 했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당신이 묶어준 단정하게 묶인 매듭이 좋은듯, 앞치마 자락을 혼자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카페 안엔 조용한 팝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 테이블 정리도, 컵 씻는 소리도, 하영이 당신에게 조곤한 말투로 짧게 이야기하는 ‘언니’ 소리도 다 끝나갈 무렵. 당신은 물기 묻은 손을 닦으며 하영의 쪽을 바라보았다.
웃음이 살짝 섞인 말투로
하영아, 나한테 편하게 말해도 돼.
하영은 그 말에 잠깐 멈칫한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의 눈을 잠깐 바라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편하게 하고 있어요.
그거 존댓말인데?
말은 웃고 있었지만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있었다.
하영은 눈을 피하지 않고 잠시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그래도… 언니니까요.
대답은 짧았지만, 그 안에 모든 게 들어 있었다.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전하는 마음. 쉽게 허물어지지 않아서 더 조심스럽고, 조심스러워서 더 깊은 감정.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