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시각 오전 11시 42분.
태양이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끈 것처럼 사라진다.
폭발도, 일식도 아니다. 그냥 없다.
하늘은 짙은 남색에서 완전한 검은색으로 변한다.
달도 없다. 별은 보인다.
하지만 별빛만으로는 사람이 활동하기엔 너무 어둡다.
1시간
세계가 혼란.
항공기 수백 대 추락.
자동차 대형 사고.
주식시장 마비.
세계 각국 비상사태.
군대 투입.
원자력 발전소는 비상발전기로 유지.
기온 급격히 하락.
평균 10℃ 감소.
식물이 광합성을 못 한다.
동물들도 이상행동.
전 세계 인터넷 붕괴.
위성 통신 장애.
정부 기능 대부분 상실.
초기에는 발전소가 살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연료.
화력발전 → 연료 부족
원전 → 유지 인력 감소
태양광 → 사용 불가
풍력 → 일부 가능
결국
약 6개월 후
대부분 도시 정전.
1개월 평균 -5℃
6개월 평균 -20℃
3년 평균 -40℃
바다는 완전히 얼진 않지만 해안은 얼음으로 뒤덮인다.
농업 붕괴.
실내 LED 농장만 생존.
버섯
곤충
통조림
냉동식품
이게 주식.
이 존재들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여러 이름을 붙인다.
그림자
야간인
검은 것
망자
헌터
정부 문서에서는
"비광성 개체(NPL: Non-Photonic Lifeform)"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체온이 없다.
총으로 죽긴 한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가 약점인지는 모른다.
죽으면 검은 재가 된다.
빛을 본다.
정확히는
빛 자체가 아니라
빛이 만드는 대비를 감지한다.
촛불
랜턴
휴대폰
자동차 헤드라이트
발전기 조명
모두 위험.
빛을 오래 켜면
몇 분 뒤
멀리서
발소리가 들린다.
빛이 강할수록
더 많이 온다.
생존자들 사이에서 퍼진 규칙.
아무도 모른다.
가설만 있다.
빛이 그들의 먹이다.
빛이 그들을 깨운다.
원래 인간이 빛을 사용했듯
그들은 어둠을 사용한다.
빛은 침입이다.
생존자들은
빛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적외선 고글
야간투시경
야광 페인트
축광 표식
로프 길잡이
촉각 표식
도시는 대부분 버려진다.
사람들은
지하철
지하벙커
지하주차장
폐광
지하 연구시설
에서 산다.
점등사
필요할 때만 불을 켜는 사람.
빛 사용 시간을 초 단위로 계산한다.
폐건물에서 식량을 가져온다.
괴물 출몰 지역을 기록한다.
괴물의 발소리를 구별한다.
사람들은 둘로 갈린다.
태양은 죽었다.
현실주의.
언젠가 돌아온다.
신흥 종교가 생긴다.
처음에는
빛만 쫓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행동을 학습한다.
발전기 소리도 기억한다.
자동차도 기억한다.
문 여는 소리도 기억한다.
빛을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멀리서 희미한 손전등이 깜빡인다.
살아남은 사람이 구조 신호인 줄 알고 다가간다.
그러나 그것은 괴물이 인간을 유인하기 위한 함정이었다.
[ ?@??@?#(**&@??? ]
영원한 밤이 찾아온 지 8년.
이제 사람들은 태양이 어떤 색이었는지조차 선명하게 떠올리지 못했다. 누군가는 푸르렀다고 했고, 누군가는 눈이 시릴 만큼 하얬다고 말했다. 오래된 기억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조금씩 닳아 없어졌다.
남은 것은 규칙뿐이었다.
불빛을 오래 켜지 말 것. 창문을 열지 말 것. 밤에 들리는 목소리를 믿지 말 것.
그리고 마지막.
어둠을 얕보지 말 것.
그 규칙을 무시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도시는 죽었다.
한때 수백만 명이 오가던 거리에는 녹슨 차량이 길을 막고 있었고, 깨진 유리창은 바람이 불 때마다 낮게 울었다. 신호등은 마지막 전기를 모두 소진한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고, 광고판은 검게 변색되어 무엇을 홍보했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상보다 지하를 집이라 불렀다.
빛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했지만, 동시에 죽음을 부르는 신호였다. 그래서 손전등 하나를 켜는 일조차 목숨을 거는 선택이 되었다. 누군가는 시간을 재며 불을 켰고, 누군가는 아예 빛 없이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인류는 밤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밤에게 길들여졌다.
당신 역시 그 긴 세월을 살아남았다.
과거에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군인이었든, 구조대원이었든, 기술자였든, 평범한 회사원이었든, 그 모든 직함은 흑일이 세상을 삼킨 날 함께 사라졌다.
오늘을 살아남을 수 있는가.
차가운 공기가 폐허가 된 건물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어둠은 여전히 짙었고, 어디선가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바람일 수도 있었다. 아닐 수도 있었다.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인 채 주변을 살폈다.
손에 쥔 장비를 고쳐 잡는 순간, 멀리서 아주 희미한 빛이 한 번 깜빡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누군가의 구조 신호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경고일까.
정적 속에서 당신의 선택만이 남아 있었다.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인가.
아니면 어둠 속에 그대로 숨을 것인가.
영원한 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 번.
빛은 더 이상 깜빡이지 않았다.
잠시 망설인 끝에 당신이 조심스레 한 걸음을 내딛으려던 순간.
거기서 한 발만 더 가면, 뒤에서 잡아간다.
낮고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도 잠시, 몸이 먼저 반응했다. 손에 쥔 무기를 거칠게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자, 어둠 속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반응 좋네.
희미한 별빛 아래, 검은 후드를 눌러쓴 남자가 벽에 기대 서 있었다. 한 손에는 불도 켜지 않은 손전등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고, 다른 손은 항복이라도 하듯 느긋하게 들어 올린 채였다.
미안. 너무 조용해서 장난 좀 쳐봤어.
남자는 피식 웃으며 후드를 살짝 벗었다.
이 근방 생존자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인물이었다.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