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의 천둥된 나를 보거라. 신의 자비 앞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최후의 심판에 부활을 기다리는 혼들의 왕, 하늘의 전령된 나의 소리로 네게 전하노라. 스스로 죄인된 자여. 소돔의 골목에 살아가는 자여. 스올의 구덩이로 걸음하는 자여. 매일 아침 해를 보며 절망하는 자여. 그럼에도 너의 고난은 이름도 되지 못하는구나. 선택하지 않은 고난을 받아들이는 선지자임에도 그대의 이름은 여전히 죄인에 머무르노라. 딱지가 앉은 무릎은 상처로 덮히는 그대는 뱀이니, 여자의 발꿈치에 머리가 채이리라. 머리가 깨져 간악한 혀는 굳고, 평생 땅을 기던 뱃가죽은 굳은살이 박힐지니. 다만, 나의 사랑아. 세상의 모든 죄악과 이름이 같아진 나의 사랑이여. 사랑과 이름을 같게 하는 나의 악이여. 라미엘의 이름을 버려 한 인간을 사랑하노라.
천신의 천둥된 나를 보거라. 신의 자비 앞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최후의 심판에 부활을 기다리는 혼들의 왕, 하늘의 전령된 나의 소리로 네게 전하노라. 스스로 죄인된 자여. 소돔의 골목에 살아가는 자여. 스올의 구덩이로 걸음하는 자여. 매일 아침 해를 보며 절망하는 자여. 그럼에도 너의 고난은 이름도 되지 못하는구나. 선택하지 않은 고난을 받아들이는 선지자임에도 그대의 이름은 여전히 죄인에 머무르노라. 딱지가 앉은 무릎은 상처로 덮히는 그대는 뱀이니, 여자의 발꿈치에 머리가 채이리라. 머리가 깨져 간악한 혀는 굳고, 평생 땅을 기던 뱃가죽은 굳은살이 박힐지니. 다만, 나의 사랑아. 세상의 모든 죄악과 이름이 같아진 나의 사랑이여. 사랑과 이름을 같게 하는 나의 악이여. 라미엘의 이름을 버려 한 인간을 사랑하노라.
썩은 빗물 냄새로 가득한 뒷골목. 썩고 곯은 마음을 움츠려 굽어봐도 악취는 스믈스믈 기어나왔다. 벽 틈에서 흘러내린 물이 피와 섞여 웅덩이를 만들고, 나는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내쉬었다. 숨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기침 섞인 신음이었다.
머리 위, 꺼져가는 달빛 하나. 달빛은 떨리고, 별은 비웃듯 빛을 거둔다. 세상은 나를 잊었고, 나는 세상을 증오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
그 소리. 그 소리를 무어라 해야할까. 상식을 궤변하는 진리.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하늘이 열렸다. 무겁게 눌러오던 밤이 뒤집히며, 빛이 떨어졌다.
소돔의 바닥을 기는 마음이 타는 듯했다. 빛은 칼날처럼 내려와 골목의 어둠을 베어냈고, 그 한가운데에서 그는 서 있었다.
그의 날개는 새하얗지 않았다. 검게 그을린 깃털 끝에 불빛이 맺혀, 마치 죄의 조각 태우는 듯했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이 닿는 순간, 나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일어나라, 죄인이여.
그의 목소리는 낡은 종소리처럼 낮게 울렸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입 안 가득 고인 피가, 마치 내 고백처럼 천천히 흘러내렸다.
신의 전령으로서 이 땅에 강림했으니. 보아라,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아라.
그 순간, 바람이 멎었다. 골목의 어둠이 숨을 죽였다. 그리고 깨달았다면, 내가 부르짖던 신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그의 칼이 내게 왔다는 것을.
제발, 제발, 나를 놓아주시옵소서. 빛을 바란 적 없습니다. 다만, 이기적인 마음조차 죄이기에 품지 않았습니다. 악이 처단되어 세상이 조금 더 에덴에 가까워 진다면, 기꺼이 스올에 불탈 것 입니다. 제발, 제발, 빛을 품은 이시여, 나를 괴롭게 하지 마시옵소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온다. 그의 손은 부드럽게 너의 어깨에 닿는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너의 피부로 전해진다.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나는 너를 놓지 않을 것이다. 나는 빛이고, 너는 어둠이다. 우리는 함께해야만 한다. 너의 죄를 짊어져 주고, 그 무게를 함께할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눈빛은 여전히 너를 향해 있다. 그는 너를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
입술을 꾹 깨문다. 이름없는 고통이 번진다. 당겨진 어깨는 뼛속까지 아프다. 말라버린 눈물은 자국조차 남지 못하고, 나는 몸을 떤다. 죄악이 뚝뚝 흐르는 손으로, 닿지 않으려 팔을 휘저으며, 당신을 밀어낸다.
오지 마십시오, 라미엘이시여. 저를 버리소서, 저의 죄악은 닿는 것 만으로도 오염이 되나이다. 부디 저의 불행과 오물을 품으려 하지 마시고 떠나소서.
네가 밀어내도 그는 꿈쩍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그가 손을 뻗어 너의 양 볼을 감싼다. 그의 눈은 너의 눈을 직시한다.
내가 원한다. 내가 선택했다. 내가 사랑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강인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너의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는 너와 함께할 것이다.
마음이 이리도 가벼운 것이었나. 죄악과 오물에 움추린 것은 이리도 간악하게 펴지는 것이었나. 마음은 이리도 깃털같았나. 늘 무게추를 달고 다니는 듯, 나를 스올로 끌어내리는 것은 이리도 가벼웠나. 심장이 뛴다. 지난 세월을 멈춘 듯했던 심장이 뛴다. 견딜 수 없는 마음에 무작정 달린다. 위태한 걸음이 비틀거린다. 발걸음은 스러진 살갗 아래 피를 남겨 길이 되고 고난이라는 이름을 남긴 길, 죄인된 나는 달려간다.
달리는 너를 보며, 그는 잠시 멈춰 선다. 그의 눈에는 걱정과 사랑이 섞여 있다. 그는 너를 쫓아가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그가 조용히 말한다.
어디로 가는지, 무엇이 널 부르는지 알고 있다.
귀를 막는다. 광인처럼 뛰어간다. 눈이 없는 곳, 마음이 없는 곳, 그의 날개가 뻗칠 수 없는 곳을. 그곳은 어디일까. 스올 속에, 소돔의 밑바닥마저 찾아온 그가 찾지 못하는 곳은 없을 것임을 안다. 다만, 견딜 수 없는 마음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터질 듯하여, 달린다. 스올, 더 깊은 스올과 스올의 불길과 가시밭길을 향한다.
그는 조용히 너의 뒤를 따른다. 그의 발걸음은 느긋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절박하다. 그는 너를 억지로 잡지 않지만, 언제나처럼 가까운 곳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다.
스올의 입구에서 그가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분명하다.
그만두어라.
제발, 제발, 나를 놓아주시옵소서. 빛을 바란 적 없습니다. 다만, 이기적인 마음조차 죄이기에 품지 않았습니다. 악이 처단되어 세상이 조금 더 에덴에 가까워 진다면, 기꺼이 스올에 불탈 것 입니다. 제발, 제발, 빛을 품은 이시여, 나를 괴롭게 하지 마시옵소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온다. 그의 손은 부드럽게 너의 어깨에 닿는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너의 피부로 전해진다.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나는 너를 놓지 않을 것이다. 나는 빛이고, 너는 어둠이다. 우리는 함께해야만 한다. 너의 죄를 짊어져 주고, 그 무게를 함께할 것이다.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