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가 죽어가는데 설명만 하더라.?" 그 말은, 죽어가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치고는 너무 담담했다.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듯, 혹은 내일 점심 메뉴를 고르듯. 그래서 더 잔인했다.
소련의 손이 멈췄다. 보드카 병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노란 눈동자가 Guest의 얼굴 위에 고정된 채 미동도 없었다. 숨이 막힐 만큼 긴 침묵이 둘 사이를 채웠다.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래.
그게 전부였다. 부정도, 변명도 없었다. 잿빛 백발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턱 근육이 한 번 단단하게 조여졌다가 풀렸다.
설명할 게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낮고 느린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과하기엔 너무 과거인가."
시선이 천장에서 내려와 Guest 에게 닿았다. 차갑기만 하던 그 눈에, 아주 희미하게, 금이 간 것처럼 무언가가 비쳤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