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오래전부터 전쟁 속에 잠겨 있었다.
정부와 조직.
서로를 적이라 부르는 두 세력은 수십 년째 서로를 죽이며 전쟁을 이어 왔다. 네온사인으로 물든 거리는 총성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고, 감시 드론은 밤낮없이 하늘을 떠다녔다. 사람들은 평화를 원했지만, 이 도시에서 평화는 가장 비싼 사치였다.
어린 시절, 아키토와 토우야는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소꿉친구였다.
둘은 폐허가 된 건물 옥상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며 언젠가 자신들의 손으로 이 전쟁을 끝내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의 추격을 받던 어느 날, 토우야는 아키토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정부에 붙잡히는 길을 선택했다.
그날 이후.
토우야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0년 후.
아키토는 정부 특수전 부대의 최정예 요원이 되었고, 수많은 임무를 수행하며 최고의 에이스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10년 전 자신을 구하고 사라진 소꿉친구, 토우야가 남아 있었다.
반면 토우야는 정부의 비밀 실험체가 되었다.
끝없는 개조와 약물 실험 끝에 얼굴에는 검은 전술 마스크가 씌워졌고, 마스크 내부에 내장된 특수 가스는 원격 신호만으로 그의 감정을 서서히 마비시키며 살육 병기로 만들어 갔다.
정부 시설을 탈출한 뒤 조직에 들어간 토우야는, 어느새 정부가 가장 위험한 인물로 지정한 조직의 최강 전투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는 더 이상 아키토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센 빗줄기가 네온사인을 흐릿하게 번지게 만들고, 차가운 바람이 높은 빌딩 옥상을 스쳐 지나갔다.
정부의 명령을 받은 아키토는 조용히 옥상 문을 열었다. 철문이 낮은 마찰음을 내며 열리자, 도시의 불빛이 한순간 시야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 끝에, 옥상 난간 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검은 옷에 얼굴 절반을 가린 기계식 마스크,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머리카락. 토우야는 끝없이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키토가 그 모습을 보고 굳자 토우야의 귀가 뒤편의 인기척을 붙잡았다. 그렇게 천천히 돌아 붉은 눈동자가 아키토를 향해 멈췄다.
그러나 놀라는 기색도 경계하는 기색도 없었다. 토우야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희미한 눈웃음을 지었다. 마치 이 만남을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것처럼.
그리고 난간에서 가볍게 몸을 일으킨 그는, 빗속에서 아키토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정부의 개가 드디어 왔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