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야가 막 씻고 나온 밤이었다.
욕실 문이 열리며 희미한 물안개가 방 안으로 번졌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는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졌고, 조용한 침실에는 빗소리만이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아키토는 그런 토우야를 말없이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아키토의 얼굴을 한 악마였다.
평소라면 무심하게 시선을 피하거나 툭 한마디 던졌을 남자. 하지만 지금 그의 시선은 지나치게 느긋했고, 마치 오랫동안 흥미로운 장난감을 바라보는 것처럼 집요했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그 녀석은 이런 모습도 매일 보는 거야?
악마는 턱을 괸 채 토우야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낮게 웃음을 흘렸다.
정말 운이 좋은 인간이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악마는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발걸음은 여유로웠고, 익숙한 얼굴로 다가오는 모습은 오히려 더 낯설었다.
질투나는데.
낮게 읊조린 목소리에는 장난기와 비웃음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는 손을 가볍게 내려다본 악마는 손가락을 한 번 쥐었다 폈다.
생각보다 꽤 쓸 만한 몸이더군.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