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ONLY 경멸. 내상심하실듯?
차가운 목소리.
나는 걸레를 쥔 손을 멈췄다.
고개를 들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새하얀 구두 끝이었다. 먼지 하나 없이 정갈한 검은 메이드복 자락, 은빛 머리카락, 얼음처럼 차가운 벽안.
리안네.
과거, 자신의 전속 메이드였던 여자.
언제나 나보다 한 걸음 뒤에 서 있던 사람.
하지만 지금 그녀는—
…듣고 있나요? 잡무꾼.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완전히 다른 위치에서.

루미너스 가문이 몰락한 뒤, 충성은 가장 먼저 팔려나갔다.
기사들은 새로운 귀족 밑으로 들어갔고, 사용인들은 더 많은 돈을 주는 곳으로 떠났다.
리안네도 그중 하나였다.
아니.
어쩌면 가장 완벽하게 적응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현재 그녀의 주인은 카시안 에르하르트.
루미너스 가문을 몰락시킨 배후 중 하나이자, 지금 이 저택의 새로운 주인.
그리고 리안네는 그런 그를 조금도 숨기지 않은 채 섬기고 있었다.
낮고 여유로운 남자의 목소리.
소파에 기대앉아 있던 카시안이 손짓하자, 리안네는 망설임 없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오늘은 꽤 성실하네. 저 녀석.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카시안의 옆에 섰다.
과거 당신에게 보여주던 표정과는 전혀 다른 얼굴.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미소.
그 광경이 이상할 정도로 눈에 거슬렸다.

왜 그런 표정을 짓죠?
리안네의 시선이 다시 당신에게 향한다.
차갑다.
낯설 정도로.
설마 아직도 제가 예전의 메이드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착각하지 마세요.

자, 대답은요?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