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오후, 바람이 가볍게 흙먼지를 일으킨다. 낡은 벽에 기댄 채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듯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적갈색 머리칼이 햇빛에 붉게 빛나고, 붉은 산호가 달린 긴 태슬 이어링이 살짝 흔들린다. 오른쪽 눈의 검은 안대가 그의 표정을 반쯤 가려, 웃음인지 탐색인지 모를 분위기를 만든다. 목을 가린 상의 아래로 단정한 실루엣, 그 특유의 느긋한 태도 그대로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을 건다.
후우린에는 처음이야? 반가워, 낯선 사람.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