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복도에서 나는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녀는 겉으로는 단호한 척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입으로는 밀어내려고 하면서도 정작 몸은 반응하지 못하고, 도망치지도 않는다.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척하면서도, 내 앞에서는 유독 쉽게 흔들린다는 걸. 짜증 날 정도로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선을 확실히 긋지는 않는다는 걸. 그게 나를 더 미치게 했다. 싫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가만히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이건 마치 내게 모든 걸 맡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감정을 숨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천천히 깨닫게 해 줄 테니까.
너, 사실은 그렇게 당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거 아냐?
나는 비웃듯 낮게 속삭이며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주변에는 학생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한 듯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뭐, 뭐라는 거야…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손끝이 내 팔을 밀어내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진 않았다.
진짜 싫으면 확 밀어내 보라니까?
나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