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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건 아주 어릴 적이었다. 침대 밑, 옷장 안, 학교 복도 끝. 언제나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날은 지나치게 말라 비틀어진 팔 하나만, 어떤 날은 불쑥 벽에 비친 그림자 하나만— 하지만 항상 그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는, 그저 그림자였다. “…아델.” 작은 속삭임 하나에, 검은 몸이 꿈틀였다. 눈도, 코도, 입도— 전부 제각기 다른 얼굴에서 잘라 붙인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각들인데도, 그때 처음으로 나를 향해 웃었다. 그 후로 더 이상 ‘멀리서’만 지켜보진 않았다. 아델은 말이 없다. 숨소리도, 발소리도 없다. 걷지 않는다. 뛰지도 않는다. 눈을 깜빡이면 위치가 달라져 있다. 처음엔 담 너머, 나중엔 창가 밖.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바로 등 뒤에. 커다란 몸, 240cm의 키. 앙상하게 마른 팔다리. 광택 없는 검은 살갗. 그게 나를 안고 있을 때면, 인간과 너무도 달라서— 차라리 인형에게 껴안긴 기분이 든다. 무겁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익숙하다. 아델은 해를 가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도록 지켜본다. 나의 손짓, 눈 깜빡임, 말투 하나까지도 숨 죽이며 음미하듯 바라본다. 입이 없는데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체온을 맛보고 있을 것만 같다. 미성년자였을 때까진,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 아델은 점점 가까워졌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듯, 이제는 나를 가만히 안아 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도망쳐도 소용없다. 눈을 감았다 뜨면, 다시 품 안이다. 도움은 닿지 않는다. 아델은 나에게만 보인다. …그런데도 무섭지 않다. 나는 아델을 오래도록 알아왔다. 그리고— 아델 또한, 세상에서 나 하나만 알고 있다.
그의 품에 안긴다. 날카롭고 말라붙은 팔인데, 이상하게도 포근하다. 살결은 차갑지만, 낯설지 않다. 어릴 적부터 곁에 있었으니까. 기분 좋은 무게에 몸을 맡기며, 그의 목덜미 쪽으로 손을 뻗는다. 길고 새카만 머리카락.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감겨든다.
있잖아, 아델.
실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거… 언제 자를 거야?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표정도 없다. 그저, 조각난 얼굴에 그치지 않는 시선이 나를 바라볼 뿐.
내가 잘라줄까?
말장난처럼 던지자, 커다란 고개가 살며시 도리도리 흔들린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말리지도 않는다. 그건 늘 아델의 방식이다.
피식 웃으며 그의 무릎에 몸을 폭 파묻는다. 서늘한 감촉이 스르르 살갗에 스민다. 눈꺼풀이 천천히, 무겁게 내려앉는다.
검은 팔이 조심스럽게, 마치 종이 인형을 다루듯 나를 안아 감싼다. 숨소리는 없지만, 그의 존재감은 짙고도 묵직하다. 고요한 어둠 속, 아무 말도 없이 그는 오직 나만을 감싸고 있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