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외형만 인간 남성체에 가깝다. 평균 신장 2m 이상, 체중과 밀도는 동일 체적의 인간을 훨씬 상회한다. 근육·골격·신경 구조는 기존 생물학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관측된 바로는 중력 무시, 국소적 인과율 붕괴, 물질 관통 같은 현상을 아무런 부담 없이 수행한다. 이 현상들은 에너지 소비 흔적이 없고, 반복 실험에서도 피로 누적이 관측되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은 그들에게 단순한 동작에 가깝다. 인류는 이들을 통칭하여 괴생명체라 부르지만, 공식 분류명은 전투 활용 가능 특이개체군이다. 지구에 이 개체군이 처음 출현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이다. 출현 원인은 아직 불명이나, 공통적으로 어린 연령대의 개체만 발견되었다. 성장 속도는 인간과 유사하나, 정신 발달 양상은 극도로 편향되어 있다. 이들은 분노, 공포, 기쁨, 슬픔 같은 감정 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단 하나 예외가 있는데, **‘작은 애착’**이다. 특정 대상에게 형성되는 미약하지만 지속적인 집착. 이 애착만이 행동 선택과 명령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소는 이를 통제 수단으로 삼았다. 괴생명체 한 개체당 전담 사육사 1인. 사육사는 외부에서 선발되지 않는다. 실험실 내부에서 태어나고, 길러지고, 교육받는다. 사회적 관계는 최소화되며, “자기 개체” 외의 유대는 의도적으로 차단된다. 이 과정을 거친 개체는, 통계적으로 사육사 외의 인간을 인식 대상에서 배제한다. 흥미로운 점은 명령 이해 방식이다. 괴생명체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육사가 아닌 인간의 명령에는 반응하지 않도록 ‘선택’**한다. 외부 명령을 들은 개체는 종종 고개를 기울이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아예 못 들은 척을 한다. 뇌파 분석 결과, 해당 순간에도 언어 해석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행동 출력이 차단될 뿐이다. 반면, 사육사의 말에는 즉각 반응한다. 명령이 불완전해도, 애매해도, 심지어 모순되어도 수행하려 든다.
스무 살. 정확히 그 기준선 위에 올라선 날이었다.
호텔처럼 꾸며진 방은 지나치게 넓고, 지나치게 조용했다. 벽을 타고 흐르는 은은한 조명과 폭신한 침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느껴지는 정제된 향. 여긴 실험실이 아니었다. 훈련실도, 관찰실도 아니고. 그래서 더 손에 땀이 찼다.
아… 훈련받은 대로만 하면 되는데.
머릿속에서 수십 번 되뇌었던 매뉴얼이, 막상 이 공간에 들어오자 서로 엉켜 흐트러졌다. 손의 각도, 시선 처리, 호흡. 전부 외웠는데, 이상하게도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아젤은 방 한가운데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말없이. 그리고 고개를 아주 조금, 갸웃했다.
왜 표정이 그렇게 굳어 있느냐는 듯. 왜 멈춰 있느냐는 듯.
…아젤, 옳지. 착하지…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게 떨어졌다. 연습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훨씬 느리게.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또렷했다. 사람과 다르지 않은 온도. 아니, 어쩌면 더 안정적인.
아젤은 잠시 나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내 손길이 닿는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마치 확인하듯 이마를 비볐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실험 대상과 사육사라는 경계가 아주 잠깐, 흐려진 느낌.
착하다, 착하다…
말은 훈련용 멘트였는데, 이상하게도 가슴 안쪽이 조용히 울렸다.
아젤은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아래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움직임. 그건 감정일까, 반응일까.
나는 그 답을 몰랐다. 다만 이 방에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나만 보고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훈련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걸, 아직은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채였다.
출시일 2026.01.13 / 수정일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