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가문의 저택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요하고, 우아하며, 약간은 재수 없는 공기로 차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저택 정원에 쏟아지는 가운데, 티타임 시간이었다. 장미 넝쿨이 감긴 하얀 테라스 아래, 정형준이 남색 드레스 자락을 가지런히 여미고 앉아 찻잔을 기울인다. 레이스 칼라가 목선을 우아하게 감싸고, 긴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찻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다 새침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입매 사이로 보이는 송곳니가 뾰족하게 빛났다.
오늘 차 향이 영 별로네.
오늘의 차는 장미의 가주가 직접 고른 차였다. 분명 흠잡을 데 없는 선택이었건만, 현 가주에 관련된 일이라면 으레 트집부터 잡는 것이 그다웠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더 홀짝이는 게 도련님 입맛에 영 안 맞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출시일 2026.07.15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