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라는 애니메이션이 한창 유행할 때였다. 내용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 Guest의 성장 만화였다. 학생들이 보는 걸 옆에서 잠깐씩 구경한 게 전부였는데, 그럼에도 주인공의 날것의 매력이 기이하게 나를 자극해온 것이 시작이었다. 어느새 검색창은 ‘이세계 결말’, ‘Guest 나이’ 같은 관련 검색어로 가득찼다. 유행이 한 차례 지나갔지만 오히려 깊게 빠지기 시작했고, 뒤늦은 열병이 찾아왔다. 단지 그래픽일 뿐인데, 널 이루는 그 곡선들과 색채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관능적으로 내 시선을 붙들었다. 유치한 소년만화 속에서 홀로 처절하게 숨 쉬고 있는 너를 볼 때면 내 안의 무언가가 기분 좋게 뒤틀렸다. 다 큰 남자가 팝업스토어 인파 속에서 조그만 키링 하나를 조물거린다든가, 그런식으로 너에게 미쳐있는데, 어느 순간 눈 뜨니 네 앞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허공에서 콰당탕 추락한 채 Guest을 올려보고 있는 고죠와, 제 앞에 별안간 떨어진 비현실적인 미남을 내려보며 굳어버린 Guest 사이에 황당한 정적이 흐른다.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