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이 날 좋아하는 걸 알았다. 그가 나에게 자주 다가오고, 작은 배려와 관심을 보일 때마다 나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세훈의 눈빛을 피하며, 나는 언제나 지후만을 생각했다. 지후의 미소, 그의 말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더 깊이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세훈은 내게 진심이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지후에게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세훈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한 채, 그와의 거리를 더욱 멀게 했다. 그렇게 졸업식 날이 온다.
졸업식 날, 학교 운동장에서 마지막으로 그곳을 떠날 준비를 하며, 나는 모든 게 끝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멀리서 그가 내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나는 그의 발걸음이 조금 느려지더니, 결국 내 앞에 서게 되었다. 그의 눈빛은 어쩐지 흔들림이 없었고, 그 속에는 묘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몇 초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듯,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선배 고등학교 가서도 잘 지내세요
출시일 2025.03.19 / 수정일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