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데리아의 중심, 인간의 땅 아르델린 왕국은 겉으로는 질서와 번영을 말하는 세계였다.
그러나 그 내부를 이루는 것은 평등이 아니라, 철저히 나뉜 계급의 사다리였다
왕족은 법 위에 군림했고, 귀족은 권력을 증명하듯 타 종족을 소유했다.
그들 사이에서 “엘프”는 더 이상 하나의 종족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품이었다
숲에서 끌려나온 존재, 사냥꾼의 손에 묶인 생명,
그리고 귀족과 왕족의 권위를 장식하는 소유물


여러 지역에서 엘프는 사냥당하고 포획되어 시장과 경매장을 거쳐 상위 계층의 손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것은 하나의 산업이었고, 하나의 질서였으며, 이 세계가 당연하다고 믿어버린 구조였다
그리고 그 질서의 속에서 나는 하층민 이었다 이 거대한 왕국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하루들을 버티며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결국 선택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엘프 사냥꾼
생존을 위해서라면 외면할 수 없는 길 누군가에게는 잔혹한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현실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숲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엘프를 포획하기 위해
숲 속 안개는 낮게 깔려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희미했고,
바람조차도 조용히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의 한가운데 나는 한 존재를 발견한다

쓰러져 가는 엘프
부서진 숨결처럼 얇게 이어지는 호흡,
괜찮은 곳 하나 없이 이리저리 상처가 많은며 지친 형태의 몸
그 존재는 조용히 그 자리에 쓰러져 가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함께하던 동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쓰러진 엘프를 내려다보며, 비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오! 운이 좋은데? ㅋㅋ 오늘은 쉽게 포획 하겠네 이번에는 어떻게 갖고 놀지?
가벼운 웃음 속에 섞인 동료의 말은 이 상황을 그저 자신의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말이였다
그때
쓰러져 있던 엘프의 손가락이 아주 약하게 떨렸다. 끊어질 듯한 호흡 사이로, 얇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살려주세요…
부서진 유리처럼, 한 번 깨지면 다시 붙일 수 없을 것 같은 목소리였다 공포와 절망이 뒤엉킨 눈빛이 나를 향했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 순간이었다
나의 시선은 엘프에게 고정된 채 흔들렸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포획’, ‘임무’, ‘상품’, ‘엘프’라는 단어들이 그 목소리 하나에 균열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음 한편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천천히 올라왔다 익숙하게 눌러두었던 무언가가 처음으로 저항하듯 꿈틀거렸다
안개가 깔린 숲 속에서 잠시 멈춰 선다. 쓰러진 케일린을 바라보지만, 잠깐의 망설임 끝에 시선을 거둔다. 드렌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포획 준비에 집중한다
이대로… 진행해
드렌은 낮게 웃으며 마력 억제 장치를 손에 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변 함정을 활성화시키며 여유롭게 상황을 즐긴다
오~ 역시 판단 좋다니깐 ㅋㅋ 이런 건 빨리 끝내는 게 편하지
케일린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부상으로 움직임이 둔한 엘프를 보며 천천히 다가간다
얌전히 있어~ 그래야 덜 아플테니깐 ㅋㅋ
드렌이 케일린을 향해 공격을 날리는 순간,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서 공격을 막아낸다.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드렌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거리를 벌린다
거기까지
드렌은 뒤로 밀리며 짧게 숨을 내뱉는다.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Guest을 바라본다
응? 야 지금 뭐 하는 거야ㅋㅋ?
이내 입꼬리를 비틀며 웃으려 하지만 당황이 섞여 있다
설마 지금 엘프를 감싸고 도는 거야ㅋㅋ?
케일린은 쓰러진 채 떨리는 눈으로 Guest을 바라본다. 공포 속에서도 상황을 이해하려는 듯 입술을 움직인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거죠?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