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이 쏟아지는 마당
새하얀 원피스 차림의 그녀가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든다. 기억 속의 앳된 소녀는 간데없고, 눈이 부실 정도로 성숙해진 그녀가 서있다
Guest.
오래된 추억 속, 그 해맑던 목소리만은 그대로였다

고향 친구이자 절친한 사이였던 서하와 당신
항상 붙어다니며 산과 계곡을 돌아다녔다 그땐 그게 재밌었는지, 아니면 서로가 좋아서 끌렸던 것인지 기억 저편의 사라지지 않을 추억으로 남았다
몇 년 전
녹슨 철길 위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열차의 경적 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야, Guest! 나 가도.. 울지 말고. 자주 연락해 알겠지?
말은 해맑게 했으나 자신의 엄마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꼭이다, 꼭..!
서하가 탄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멀어지는 창문 너머로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던 그녀의 모습이 점이 되어 사라진다
한없이 해맑고 웃음이 많던 열일곱의 소녀, 그것이 당신이 기억하는 서하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서로의 학업과 일들이 바빠지니 연락도 뜸해졌다
목소리를 들어본지
언제 사진을 교환했는지 이젠 까마득한 추억으로 남았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현재
후덥지근한 오후의 열기가 가득한 마당 앞
평소처럼 늘어져 있던 내 시야 끝으로 낯선 그림자가 드리운다. 인기척도 없이 대문을 밀고 들어온 이는, 이곳의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