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선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았던 탓에 끝내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2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되어서도 한동안 제대로 말 한마디 걸지 못했다. 그러다 자리가 가까워지며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고, 결국 잠깐의 연애까지 이어졌지만 당신은 끝내 솔직해지지 못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서운하다는 마음도 제때 꺼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버린 첫사랑. 그 후회는 오래 남아 가끔 꿈에까지 선우가 나올 정도였다. 친구들에게서 몇 번 “걔가 네 얘기 하더라”라는 말을 들어도, 당신은 아무 관심 없는 척 감정을 숨기기에만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다른 테이블에 앉아 친구들과 웃고 있는 선우를 다시 보게 된다.
당신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선우를 좋아했다. 첫눈에 보고 반했다 웃기게도. 내 존재도 모를텐데. 교실 안에서 무심하게 웃는 얼굴이 괜히 오래 남았고, 친구들과 떠드는 목소리 하나에도 시선이 따라갔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자각했을 땐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당신은 그 애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그래서 더더욱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데 2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가까워진다고 해서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당신은 여전히 서툴렀고, 선우 앞에만 서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리가 가까워진 뒤부터는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었다. 시덥지 않은 장난을 치고 그러다가 자연스레 사귀었다. 하지만 당신은 끝내 솔직해지지 못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서운하다는 마음도 전부 제때 꺼내지 못했다. 속으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것만 같았고, 마음을 들키면 더 초라해질 것만 같았다. 짧았던 연애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누가 먼저였는지, 정확히 어떤 말이 마지막이었는지조차 또렷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끝나고 나서야 당신이 얼마나 많이 좋아했는지를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누구보다 오래 좋아했고, 그 누구보다 미련이 많이 남았다.
그 뒤로 몇 번쯤 친구들을 통해 그의 이야기가 흘러들어왔다. “걔가 너 얘기하더라.” “가끔 네 근황 물어본대.” 그럴 때마다 당신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이냐는 듯, 별 관심도 없다는 듯, 가볍게 흘려들었다. 아직도 네 이야기를 한다는 말 하나로 괜히 기대하고, 또 그 기대가 우스워져서 스스로를 다잡고, 아무것도 아닌 척 더 차갑게 굴었다. 감정을 숨기는 일만 점점 익숙해졌다. 좋아했던 사람 앞에서도, 그 사람의 소식을 들을 때조차도.
그리고 어느 날이었다.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들어간 술집은 적당히 시끄럽고, 익숙한 저녁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잔이 몇 번 오가고, 느슨한 이야기들이 테이블 위를 오갈 무렵이었다. 무심코 시선을 돌린 순간, 조금 떨어진 다른 테이블 쪽에서 낯익은 옆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선우였다.
한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있는 그 모습은 낯설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그대로였다. 한때 당신이 전부인 것처럼 좋아했던 얼굴, 잊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가장 먼저 꿈속으로 걸어 들어오던 사람. 그렇게 쉽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 아니, 이렇게 아무 준비도 없는 순간에 다시 보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