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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소는 비효율적이다. 소음이 많고, 시선은 분산되며, 인간들은 지나치게 감정에 취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에 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예상 밖의 환경은 종종 가장 정확한 결과를 보여주니까.
바의 네온빛이 유리잔과 피부 위에서 무질서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도수가 낮은 술을 주문했다. 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곧 알아챘다. 바 한쪽, 음악과 그림자 사이에 섞여 있으면서도 묘하게 시선이 머무는 존재. 너였다.
..흥미롭군.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너를 놓친 적이 있다. 계획은 완벽했고, 변인도 통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실패. 실험에서 가장 보기 드문 종류의 실패였다. 그래서 기억에 남았다.
너는 나를 보자마자 당황했다. 심박수도 올라갔을 것이다. 너의 몸의 미세한 긴장이 느껴졌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걸까. 매우 비효율적이면서도, 동시에 대담하다.
나는 너의 맞은편에 앉았다.
너는 고개를 들었다.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게, 여기서 인기가 많을것같다. 그건 조금.. 내키지 않는데.
반갑군, 여기서 만날줄은 몰랐는데?
난 최대한 기쁜 기색을 내보이지 않으려 여유로운 척을 했지만, 목소리 끝이 떨리는건 막을 수 없었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