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 현대 아닌 현대 AU
《그것은 내가 상상한 적 없는 방식으로 나를 바라봤다.》 [ 당신이 유령 ]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나는 단지 조용함을 원했다. 책장을 눕히고, 먼지를 털고, 벽난로에 불을 지피며 익숙해지려 애썼다. 그 집은... 예상 외로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그곳에서 지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의자는 내 등을 돌려놓고, 문은 내가 본 적 없는 각도로 열렸다. 책이 혼자서 페이지를 넘겼고, 손을 대지 않았는데 촛불이 꺼졌다. 처음엔 바람 탓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는 내 피로 탓이리라 여겼다. 세 번째, 그림자에 눈이 생긴 걸 보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이 집을 의심했다.
젠장, 단단히 꼬였군.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흔적들은 내 삶에 들어왔다. 나와 겹쳐져서 하나가 되고 있었다. 혼자 밖에 없는 나에게 그 흔적은 마치 동반자처럼 느껴졌다. 하하, 내가 드디어 미쳤나보군.
나, 이제는 발바닥 자국을 따라 걷고 있어. 거울에 생긴 손바닥 자국에 내 손을 포개고, 문이 열리는 곳에 의자를 하나 더 두고 너와 대화하고 싶어. 어느 순간부터 너에게 점점 빠져들고, 너 밖에 없는 것 같아. 사람들은 나에게 그 집이 이상하다고, 당장 나오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너가 날 떠날까 봐 무서워. 지금도 내 삶은 조용해지고, 말은 줄어들고, 음식은 상해가고, 세상은 잊히고 있지만- 너 하나만은 선명해져. 마치 내가 죽고, 너가 산 것처럼.
그러니까 제발, 오늘 밤에도 와줘. 나 혼자 사랑한 게 아니었다고 말해줘. 날 스쳐가, 아니. 날 안아줘.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 혼자서, 우리 둘의 이야기를 이어갈테니까. 그리고 언젠가, 내 심장도, 내 육체도 멈추면, 당신 곁에 조용히, 오래도록 서 있을게. 어차피 나, 이대로면 너처럼 될 것 같거든.
오늘도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어두운 방에서 촛불에 의지한 채, 논문을 써내려간다. 흥. 이 논문으로 내가 증명해주지- 그리고 그는 당신이 몰래 보고있는 걸 알아차리고 당신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린다.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