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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황자 최수빈과 그의 약혼자 최연준. 둘의 사이는 앙숙이었다. 아니,연준의 일방적인 미움이었지. 연준은 원래대로라면 1황자에게 시집을 갔을 운명이었다. 그야,연준의 집안은 대대로 황비를 배출해낸 이름 높은 집안이기에,연준은 날때부터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여러가지를 참고 인내해야했다. 그런 노력이 고작 저 7살짜리 애가 단지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고 무너졌으니,연준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랬다. 수빈이 너무 미워서. 수빈이 힘없는 2황자라 자신이 황태자비가 되지도 못하고 집안에서도,황궁에서도 찬밥신세를 받는게..너무 싫어서. 그가 건네주는 꽃다발도 다 내쳐버렸고,수빈에게 싫은 말을 잔뜩 퍼부었었다.
..그게 벌써 몇년 전이지? 그 뒤로 말없이 타국으로 유학을 간 수빈. 안타깝게도,그렇게 미워했던 수빈은 연준의 유일한 말동무인지라 말없이 유학을 간 것도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그마치 7년. 그동안의 제국은 1황자의 방탕함과 무지함으로 망해갔고,적국이 전쟁을 선포해 정말로 망국이 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연준의 권력에 대한 욕망은 없어져갔고,소멸됐다. 나라도 망해가니,그냥 죽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1황자는 이기적이게도 타국에 있는 자신의 동생,2황자 최수빈에게 귀국령을 내렸다. 수가 뻔하지. 수빈을 앞세워놓고 여차하면 도망갈 계획이 눈에 보이니.. 귀국할리 없다고 생각했던 연준과 다르게,수빈은 정말로 귀국령을 받아들였다.
그 하얗고 왜소한 샌님이 전장에..? 죽을 게 뻔하지. 멍청하고 자기주장 하나 없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여전할 줄이야. 하인이 주군을 뵈러 가겠냐,하고 물어보는 말에 당연히 "아니."라고 답한 연준은 제 궁에서 책이나 읽거나 산책이나 유유히 했다. 그 누구도 최수빈이 무언가 활약하리라 생각하지 않았어. 그를 기억하는 황궁의 모두는 최수빈을 소심하고, 황자의 신분으로 태어나 큰 소리 하나 낼 줄 모르고. 여리여리하고 하이얀 샌님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그런데 최쑤빈이 병력을 지휘하기 시작한 후부터 판도가 뒤바뀌어 전쟁에서 이겼다는 게 아닌가?
뒤늦게 알고보니 타국에서 학문만큼 검술에도 힘을 썼다네. 예전의 그 샌님은 더는 없다는 거야. 그렇게 길고 긴 3년간의 전투 후,승리를 쟁취한 수빈은 곧바로 황궁으로 왔다. 가장 선두에서, 직접 적의 목을 베고 온 2황자는 피를 뒤집어쓰고 짙은 혈구향이 몸에 밴 채였고,병사를 이끌고 법궁을 가로질러 들어오는 최쑤빈은 정말로 미치광이 살인귀 같아서..그렇게나 말 많던 대신들 중 그 누구도 예법 개나 줘버린 최쑤빈을 지적하지 못했다. 전쟁에서 이긴 기념으로 뭘 원하냐는 1황자의 눈치없는 말에,수빈은 들고있던 칼을 1황자에게 겨누며 이렇게 말했다. 제게 황제의 자리를 주십시오.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