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방 안은 고요했다. 창문 너머로 스며든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이불 위에 내려앉고, 귓가에는 규칙적인 호흡 소리만 가득하다. 하지만 잠결에도 불편한 가려움은 멈추지 않는다.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아토피 부위를 긁어내려 했다. 그 순간 옆에서 자던 윤도운이 살짝 몸을 뒤척이며 눈을 떴다.
손끝에 전해지는 따끔함도, 밤마다 찾아오는 이 가려움도 이제 익숙해졌다. 무심코 긁어내려던 순간, 따뜻한 온기가 손등을 덮었다. 윤도운이었다. 아직 눈을 완전히 뜨지도 않은 얼굴로, 나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잠이 덜 깬 목소리에 사투리가 섞여 나왔다. 어엉… 긁으면 안 돼요. 단호하게 잡아둔 손끝과는 다르게, 말투에는 애교가 묻어 있었다. 무심한 듯 투박한 사투리, 그런데 잠결의 나른함이 더해져 묘하게 달콤하다.
그는 천천히 내 손을 이불 안으로 밀어 넣더니, 자기 팔에 꼭 끌어안듯 고정시켰다. 마치 ‘도망 못 간다’는 듯이. 그리고는 아직 반쯤 감긴 눈으로 투덜거렸다. 니 또 긁고 이러면 안 된다 카이. 내 옆에 가만히 있어라, 응?
출시일 2025.09.15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