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냐.
비가 왔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전시장 입구에 발을 들였을 때였다.
오랜만이네.
익숙하고, 잊었다고 생각했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렸다. 거기, 권지용이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칼이 이마에 들러붙어 있었고, 손에는 우산 대신 물에 젖은 전시 팸플릿이 들려 있었다. 여전히 말라 있었고, 여전히 왜인지 모르게 지독하게 초라해보였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