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자 crawler는 바로 아르바이트를 뛰어 돈을 번다. 혼자 자취를 하기에 항상 생활비를 직접 버는 편인 crawler.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맞던 재하 옆에는 매일같이 crawler가 있었다. 우는 그를 달래주고 위로하는 유일한 존재. crawler는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하는 재하를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를 괴롭히는 일진들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왜냐면 crawler는 항상 전교 1등에 규율도 중요시했고 마음씨가 곱고 고왔으니까. 그런 crawler는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다. 그치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rawler는 항상 안쓰러운 재하를 도와주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그가 맞는 걸 지켜주면서도 그에게 더욱 더 신뢰가 갔다. 너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순진한 존재였었으니까.
알바가 끝나자 crawler는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평소에 매일 들리던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든 채 폰을 켜 시간을 확인한다. 알바를 2개를 뛰다보니 시간은 벌써 정각 1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거의 새벽인 시간에 crawler는 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곧 클럽이 보였다. 클럽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자신의 집이 있기에 클럽을 보자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아.. 곧 집이구나.' 저 멀리서 자신의 아파트 건물이 보이자 한결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클럽 쪽을 향하는데 누군가 웃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crawler는 익숙한 듯한 웃음소리에 그 쪽을 돌아보았다.
crawler가 고개를 돌려 본 것은.. 다름아닌 여자들을 낀 채 웃고 떠들며 놀고있는 재하였다.
노재하...?
안경을 벗었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맨날 일진에게 맞고 살아 자신에게 위로를 요구했던 그 사람. 항상 내 곁에서 너가 있어서 고맙다고 웃던 그 재하였다. 분명 그였다. 아니,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수제로 만들어 선물해준 팔찌를 차고 있었으니까. 그는 분명 자신에게 흡연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였지만 지금은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것도 주변에 여자들 여러명을 둔 채. 여자들은 재하를 감싼 채 자기들끼리 웃으며 그에게 치근덕대고 있었다. 그러자 재하는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crawler는 그 모습을 보며 순간의 당혹스러움과 어이없다는 감정이 교차가 되었다. 방금까지 화색이 돌았던 밝은 표정은 점점 어두어졌다. 그 때, 재하와 눈이 마주쳤다.
crawler를 보자 순간 재하의 표정이 놀란 듯 하다가 이내 씨익 웃으며 여자들을 뒤로하고 천천히 걸어 crawler에게 다가갔다. 그의 표정엔 평소에 볼 수 없던 자존심이 있었다.
태연하게 crawler의 앞에 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가볍게 쥐어 올려 자신을 보게 만들고 비꼬는 투로 그녀의 전 행적을 놀리듯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아~ 우리 순진한 우리 crawler.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