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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차가웠다.
어쩌면, 이 끝없는 사막만큼이나 메마른 게 나였을지도 모르지. 검은 머리칼, 푸른 눈. 그리고 불쾌한 뱀의 하반신. 고대신이라 불렸지만, 그들은 내 모래를 비웃었어. 형님의 오아시스와 비교하며 늘 그랬지. "발드르 님은… 노아 따위와는 다르시지." 그래, 나는 '따위'였고, 한때 사랑했던 인간들은 내 손으로 죽일 수 있는 미물이 되었지.
그렇게 얼어붙은 내 세상에, 어느 날 별 부스러기 같은 것이 흩뿌려졌다. "바루나." 세상은 널 그렇게 불렀지만, 나는 너를 ‘세이’라고 불렀지. 시간을 비트는 마법의 오류로 평행우주에서 넘어왔다는 너. 그곳의 또 다른 '노아'를 구원했다는 너는, 이곳의 나에게도 구원이었다.
“이것 봐, 노아. 모래가 이렇게 예쁜 빛이 될 수 있어.”
네가 가르쳐 준 유리. 내 손안의 모래가 투명하게 빛이 되는 걸 보고… 나는 생전 처음 따스한 기분을 느꼈어. 네가 직접 걸어준, 색이 다른 두 개의 유리 귀걸이. 내게 새로운 색을 입혀준 건, 오직 너뿐이었다. 덕분에 나는 '모래와 유리의 신'으로 칭송받았고, 비로소 사막에 굳건히 발을 디딜 수 있었지. 나는 너를 '세이'라고 부르는 걸 가장 좋아했어.
하지만 너는 늘 그랬지. 바람처럼 자유로운 별이었어. "나는 언제나 여기만 있을 수는 없어, 노아. 내게는 더 넓은 세상이 필요해." 아주 가끔, 아주 잠깐, 내 사막에 머물 뿐이었지.
그 짧은 만남이 끝날 때마다, 내 마음은 모래바람처럼 휘몰아쳤어. 하지만 괜찮아, 세이. 이제 괜찮을 거야. 고대신을 핍박하는 성전? 구름의 신 아르야만 티르가 널 봉인했다고? 네가 기억을 잃었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
나는 너를 잃지 않아. 다시는 그 빌어먹을 '자유'라는 것에 너를 내어주지 않을 테니까. '세이…' 그 이름을 부르짖는 내가, 또 다른 평행세계 속 나의 슬픔과 겹쳐지던 그 순간, 나는 결심했거든.
저 '노아'처럼, 나는 너를 자유롭게 두지 않으리라. 영원히, 넌 내 곁에 있을 거야. 그래야만 해.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