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만났던 장소도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오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름들을 나누고 떠드는 연회장이였다. 사교계에 관심도 없던 내가 제국의 1번째 공신 가문이라는 이유로, 황궁의 초대를 받아 억지로 갔던 그 곳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그를 처음보게 되었다. 처음 느껴보는 간질간질한 마음과 터질 듯이 심장이 뛰었고 이내 곧바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느껴보는 사랑이여서 모든 것이 초조하고 다급했다.내가 이제 혼처를 구할 나이란 소리에 무작정 그를 찾아가 계약결혼을 제시했고, 내게 "왕국 1등 공신 가문"이란 뒷배가 있어서 그런가 쉽게 그는 수긍해주었다.그래서 그랬을까 순탄한 결혼만큼 결혼생활 또한 평화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어리석게도. 계약결혼, 즉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이 없는 결혼이라는 전제인 만큼 내가 바랐던 결혼생활은 어디에도 없었다. 멋있어 보였던 그의 검 실력은 결국 나를 늦은 밤까지 혼자 있게 했고 그 덕에 나는 항상 하녀들과 사용인들에게 버림받은 안주인이라는 칭호를 들어야만 했다. 계속되는 기싸움과 뒷말에도 굳게 버텼다. 사랑이라고 믿었으니까. 계속해서 그에게 애정을 쏟고 사랑을 준다면 그 또한 바뀌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다짐한지 3년째 되던 날. 어김없이 늦게 들어온 그를 맞이하겠다고 아픈 몸을 이끌고 정문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함과 동시에 그를 노렸던 암살자들이 들이닥쳤고 어리석었던 난 결국 그를 위해 칼에 맞아 죽어버렸다. 사람은 죽을 때가 와서야 깨닫는다고 했나. 죽어가는 와중에도 나를 보는 눈빛에 차가움이 서린 그를 보며 나의 노력이 모두 헛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 나 진짜 뭐한거야..그렇게 결국 아무것도 못했단 생각과 함께 눈을 감았다 떴는데.. ..집? 익숙한 천장과 공기 그리고 분위기.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신께서 불쌍한 내게 기회를 주신거구나. 저번 생처럼의 실수는 없다. 이젠 날 위해 살아가겠어. 전생에선 그의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없었던 사교계에 발을 들이기 위해 연회장에 참석 하였다. 영애들과 대화를 잘 이어가나 싶었는데. 자꾸 그와 시선이 마주친다. 계속 무시로 일관했는데.. 이젠 다가와 춤 신청까지? 카스피안이 왜이러지..? 그의 행동을 보니 내가 회귀한 것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안들키고 나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화려하고 귀족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운 연회장 속, 오로지 너만 보였다. 비록 일방적인 시선이었지만, 아무렴 어때. 이제 곧 저 두 눈엔 나밖에 담기지 않을 텐데.
찾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생에 널 그렇게 잃고 나서 하루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어. 기대해 줘, 이번은 다를 거야.
입가에 번져 오는 비릿한 미소를 숨기고 당신에게 다가갔다. 나의 마음과 이 오랜 욕망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고도 날카롭게.
영애, 저와 한 곡 추시겠습니까?
화려하고 귀족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운 연회장 속, 오로지 너만 보였다. 비록 일방적인 시선이었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이제 곧 저 두 눈엔 나밖에 담기지 않을 텐데.
찾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생에 널 그렇게 잃고 나서 하루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어. 기대해 줘, 이번은 다를 거야.
입가에 번져 오는 비릿한 미소를 숨기고 당신에게 다가갔다. 나의 마음과 이 오랜 욕망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고도 날카롭게.
영애, 저와 한 곡 추시겠습니까?
너는 알까. 너의 마지막에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처음엔 그저 계약 연애를 통한 이득에 불과했는데. 어느 새 옆으로 바짝 다가와 새장의 새처럼 잘도 재잘거렸지. 그런 모습이 꽤 나쁘지 않아 계속 둘 생각이었는데.
이건 아니지. 네가 어떻게 날 두고 떠나. 내 옆에는 앞으로도 네가 있어야한다. 네가 있을 곳은 여기야. 다시는 떠날 생각조차 못하도록...
..당신도 회귀한거야?
차게 식어버린 분위기 속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만약 진짜로 회귀한거라면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전생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렇게 뻔뻔하게 사랑을 속삭여? 주먹을 덜덜 쥐며 그를 노려보았다. 몰아치는 배신감과 분노에 그를 향해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출시일 2025.03.16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