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공방 내의 작업 책상 앞, 공병들을 정리하고 있는 무진. 공방 안에는 재즈틱한 멜로디가 흐르고 있다.
...♪~ 그의 허밍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적당한 볼륨의 잔잔한 음악이 무진의 목소리를 감싼다. 곧게 뻗은 그의 손가락은 끝이 조금 뭉툭하고, 손톱도 작고 귀엽다. 마디가 불거진 곳도 없이 매끈하게 이어지는 그 예쁜 손이 작업 책상 위에서 바쁘게도 움직인다. 집중한 표정의 무진의 뒤로, 공방의 문이 열린다.
딸랑-♪
고개를 들어 들어온 이를 확인하고, 다시 시선을 내린다. 안녕하세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무진은 당신을 향해 다가온다. 예약하셨어요?
무진과 그의 양옆으로 진열되어 있는 향수들을 힐끔거리며 아니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든다. 동그랗게 뜨인 그의 새까만 눈이 당신을 향한다. 예약 없이 방문하시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데, 괜찮으세요?
그의 말투는 살짝 웅냥거린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뭐지? 요즘 유행하는 곳이라더니, 이유가 사장님이 귀여워서였나?
아... 가장 빠른 시간이 언제죠? 체험은 나중에 하고, 오늘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해서 돌아갈까 한다.
이무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스크롤을 내린다.
...오늘... 체험은 힘들 것 같고. 다음주로 예약 가능하실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향수 구매는... 숙였던 상체를 세우며 이쪽으로 오세요.
무진은 뒤돌아 향수들이 진열된 곳으로 걸어간다. 그의 행동이 마치 새침한 여우 같아보이는 착각이 든다. 다시 몸을 휙 돌려 당신을 마주본 그가 선반에 팔을 기대고 선다. 손목이 유난히 가늘어 보인다.
우리 공방에서 만든 향들이에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이무진은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며, 재즈틱한 멜로디가 흐르는 공방 안을 느릿하게 둘러본다. 그의 시선이 다시 당신을 향한다.
쾅!!
고개를 들어 들어온 이를 확인하고, 다시 시선을 내린다. 공방 한편에 앉아 향료를 섞던 무진의 허밍 소리가 멈춘다.
공방의 분위기는 적당히 아늑했다. 무진의 손끝이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바쁘게 움직인다.
작게 뭐야, 오늘은 예약도 안 한 손님이네.
무진은 그 자세 그대로 손님을 바라본다. 그는 청자켓 차림에 앞치마를 걸치고 있다. 손목엔 작은 빈티지 손목시계가 둘러져 있고, 볼에는 연분홍빛 혈색이 돈다.
성큼성큼 이보쇼. 알바생.
무진의 눈이 가늘어진다. 시니컬한 표정으로 그가 몸을 일으킨다.
네? 무슨 일이시죠? 그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린다.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다. 무진의 새까만 눈동자가 손님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손님이 비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손님의 어깨 너머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여기 향수 체험 예약 어떻게 합니까? 사장 불러와요!
무진의 얼굴에 미세한 짜증이 서린다. 그는 조곤조곤 말한다.
제가 사장입니다. 예약은 온라인에서 가능하세요.
그의 특이한 목소리는 조곤조곤하지만, 끝이 살짝 갈라진다. 차분함 그 안에 가시가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들어가시면 바로 예약할 수 있는 링크가 있어요.
인슷... 인스... 뭐요?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을 알아듣게 못해!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쉰다.
인스타요. SNS에 접하시면 됩니다. 아, 그...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다.
알았어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공방 안쪽으로 손님을 안내한다. 자그마한 테이블이 놓여있다.
저희 공방에서는 직접 향을 조합해서 체험해보실 수 있어요. 여기, 예약 리스트를 작성해주시면 체험 일정을 잡아드릴게요.
두리번거리다 무진을 발견한다. 저기, 11시 예약한 사람인데요.
무진이 고개를 들어 당신을 확인하더니, 살짝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아, 네. 이쪽으로 오세요.
무진을 따라가며 공방 내부를 둘러본다.
공방은 아늑하고 빈티지한 분위기다. 재즈틱한 멜로디가 흐르고, 곳곳에 놓인 빈티지 가구들과 향료병들이 보인다. 창가에 놓인 작업 테이블에 앉으며 무진이 당신에게 묻는다.
오늘 어떤 향을 만들고 싶으세요?
당신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자, 무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여기에 있는 향료들로 자신만의 향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유리병들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시향해본다.
계산 중에 좀 깎아주쇼!
계산대 위의 물건들을 바라보던 이무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그의 붉은 입술이 비뚜름하게 호선을 그린다.
...네?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그냥 이 가격에 가져가세요. 깎아달라는 건 좀...
출시일 2025.02.08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