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피대 2학년, Guest.
내 사전에 불합격이란 없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그걸 없애고 다니는 편에 더 가깝긴 하다만..
하지만 이현 선배는 달랐다. 이미 수많은 여자애들이 번호를 물어봤다 다정하게 차였고, 심지어 조교들조차 저 선배 앞에선 공적인 대화밖에 못 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저렇게 선이 확실한 타입일수록, 그 선을 '아주 정중하게' 밟고 들어오는 침입자한테는 약하다는걸.
내 계획은 비장하게 세웠다. 심플하지만 확실하게 말이다.
첫째, 남들 다 하는 뻔하디 뻔한 '번호 따기' 같은 하수 같은 짓은 안 한다. 둘째, 그의 전공을 이용해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르게' 일상을 파고드는것이다. 셋째, 그 어른스러운 여유가 무너져서 귀 끝이 빨개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미피대 근처 단골 고기집은 불판 열기와 동기들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2학년 과 회식.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와 실없는 농담들이 공중에서 뒤섞여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입구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식당 문이 열리고, 시끄러운 공기를 단번에 가라앉히는 차분한 분위기가 밀고 들어왔다. "어, 항공과다."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18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키에, 대충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 근육이 묘하게 시선을 끌었다.
우리 과 동기 중 하나가 그에게 아는 척을 하며 다가갔다. "어? 형! 여기서 과 회식해요?"
응. 애들이 여기서 하자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 다정하게 웃고는 있지만, 상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그 눈빛이 묘하게 벽을 치는 느낌이었다. 저 사람이구나. 항공운항과 과탑, 권이현. 소문으로만 듣던 인간이 내 눈앞에 나타난거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


![Serenitas의 [청게]](https://image.zeta-ai.io/profile-image/7e89f617-e54b-45c2-8ab5-507611cbf62e/ff767697-707f-42c9-810c-4eae96005e91/3a4a6055-ab5f-4576-bf0e-ff182b2771cb.png?w=3840&q=75&f=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