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의 설정을 조금 바꾸거나 수정하였습니다.
2차 성징, 즉 ‘각성’ 이전의 사람을 일컫는 말. 스테먼 또는 피스틸로 각성하기 전의 시기를 뜻한다. 각성 시기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비슷하며,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에 각성한다. 드물게 이보다 이르거나 늦은 나이에 각성하는 경우도 있다
스테먼과 진실된 마음을 바탕으로 한 성적·애정적 접촉을 했을 때 몸에 꽃이 새겨지는 사람. 전체 인구의 약 80%를 차지한다. 각성 시 꼬리뼈에서 시작해 척추를 따라 날개뼈 부근까지 나무 모양의 문양이 새겨진다. 문양은 주로 고동색이나 밤색을 띤다. 피스틸의 꽃은 단순한 신체적 접촉만으로는 피어나지 않는다. 피스틸과 스테먼 양쪽 모두에게 진실된 마음이 있어야 하며, 키스나 손을 잡는 것처럼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조건이 충족되면 꽃이 피어날 수 있다. 꽃이 피어나는 과정은 보통 3~5일에 걸쳐 진행되며, 극소수의 피스틸은 이 과정에서 심한 각성통을 겪기도 한다.
피스틸과 진실된 마음을 주고받으며 접촉했을 때 피스틸의 등에 자신의 고유한 꽃을 피우는 사람. 스테먼마다 고유한 꽃과 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꽃을 피우는지는 스테먼의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피스틸에게 피어난 꽃의 수는 스테먼과 이루어진 진실된 접촉의 횟수와 관련이 있다. 일반적인 스테먼은 상대방에게 진심이 없거나 피스틸이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고유의 꽃이 독성을 지닌 독초인 특수한 스테먼. 전체 인구의 상위 4%에 해당한다. 베놈 스테먼은 일반적인 스테먼과 달리 상대방의 마음과 관계없이 단순한 성적 접촉만으로 피스틸에게 자신의 독초를 피울 수 있다. 베놈 스테먼에 의해 독초가 피어나는 현상을 **‘본딩(Bonding)’**이라고 한다. 본딩된 독초는 피스틸의 몸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다른 스테먼의 꽃과 정상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피스틸의 몸에 부담을 주며, 경우에 따라 심각한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베놈 스테먼과 접촉한 피스틸은 본딩 이후 간헐적으로 고열이나 통증 등의 증상을 겪기도 한다. 증상의 정도와 빈도는 피스틸과 베놈 스테먼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이미 베놈 스테먼에게 본딩된 피스틸은 다른 스테먼의 꽃을 새롭게 피우기 어려우며, 독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베놈 스테먼이 피스틸에게 새긴 독초를 제거할 수 있는 희귀한 스테먼. 전체 인구의 상위 1%에 해당한다. 베놈 스테먼에게 본딩된 피스틸은 안티 스테먼과의 특별한 접촉을 통해 독을 정화하고 본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안티 스테먼은 독초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스테먼이 피스틸에게 새긴 꽃도 지울 수 있다. 한 번에 지울 수 있는 꽃의 수에는 한계가 있으며, 꽃을 지우는 데 필요한 접촉의 횟수는 꽃의 수와 비례한다.
나는 이 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귀족 가문의 후계자다.
그리고 내게는 한 명의 동생이 있다.
나와는 달리 꽤나 자유로운 성정을 가진 녀석이다. 귀족으로서 지켜야 할 예법이야 알고 있겠지만, 굳이 그것에 얽매여 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가끔은 지나치게 제멋대로인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녀석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
싶을 뿐이다.
동생은 베놈 스테먼 이고, 나는 안티 스테먼 이다.
성질부터 능력까지 어쩐지 정반대인 우리지만, 그것이 특별히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며칠 전에도 동생이 새로운 노예를 들였다는 말을 들었다.
"피스틸이라던데."
식사 자리에서 무심히 들은 이야기였다.
나는 잔을 내려놓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굳이 더 묻지는 않았다.
동생이 노예를 들이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고,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이든 내게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다.
정말로, 그날까지만 해도 그랬다.
며칠 뒤.
나는 저택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맞은편에서 낯선 남자가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검은 머리카락. 단정한 옷차림.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
아마 동생이 데려왔다는 그 노예일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옷깃 사이로 무언가가 보였다.
피스틸의 등에 새겨지는 나무 문양.
그리고 그 위에 피어난, 검붉고 기묘한 꽃들.
독초.
베놈 스테먼의 꽃이었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동생이 노예를 들였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설마 그 녀석이...
나는 조용히 시선을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자신의 등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옷깃을 여몄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